지상파 MMS, 세계에서 해법을 찾다

지상파 MMS, 세계에서 해법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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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 대한민국은 지상파 디지털 시대를 맞이했다. 동시에 TV의 역사도 한 단계 진일보하며 시대는 고화질-양방향 미디어 서비스의 미래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지금을 진정한 무료 보편의 디지털 미디어 시대라고 명명하기에는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특히 현 정부가 방송정책을 이분화시키며 미디어를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로 구분해 뉴미디어 중심의 육성 방안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은 심각한 패착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바로 지상파 MMS의 가능성을.

 

1. 지상파 MMS,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다

지난 5월과 6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방송협회 임원진을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보도전문채널 대표와 연이어 회동하며 많은 선물 꾸러미를 약속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정치인 출신인 이 위원장 특유의 조직 다지기로 해석하기도 하며 혹자는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역학구도에 놓인 독립 위원장의 민감한 행보로 이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8VSB 허용 및 기타 민감한 현안들을 사이에 두고 지상파 MMS 문제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금까지 유료 방송 사업자의 이중잣대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지상파 MMS가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등장을 통해 미디어 무대로 끌어올려진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2. 모호한 기준, 그리고 ‘침묵’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추진을 천명한 지상파 MMS는 납득할만한 후속조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현재 지독하게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위원장은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고려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상파 MMS도 ‘국민 편익에 부합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다소 모호하고 주관적인 잣대를 고수하고 있다. 당장 지상파 MMS를 허용하겠다고 천명할 당시부터, 이 위원장이 생각하는 지상파 MMS가 진정한 MMS가 맞느냐는 최초의 의문이 다시 새록새록 솟아오르고 있다. 이런 의혹은 EBS를 중심으로 하는 지상파 MMS의 성격과 더불어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사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3. 일본의 다채널 서비스

아시아에서 제일 처음 디지털 전환을 이룩한 일본을 보자. 2011년 일본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본격적인 다채널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기존의 방송탑인 도쿄타워대신 2012년 2월 완공되고 뒤이어 6월에 정식 개장한 도쿄 스카이트리가 일본 디지털 전환의 랜드마크로 당당하게 자리잡았다. 63빌딩의 2.5배에 달하는 세계 최고 철탑이 디지털-다채널 서비스의 중심 축으로 등장한 셈이다. 그리고 현재 도쿄 스카이트리는 NHK를 비롯한 6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파를 송출하고 있으며 아시아 다채널 서비스의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도쿄 스카이트리를 상징으로 하는 일본의 다채널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NHK의 교육방송은 특정 시간마다 서브 채널을 통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방송하고 있다. 한 개의 채널을 통해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방송하는 멀티 서비스를 실시해 교육방송을 시청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난이도의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다채널 서비스는 주요 경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스포츠 중계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으며 1년에 100차례 이상 멀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NHK는 지상파 2개, 위성 2개 채널 중 3개 채널을 다채널로 활용하고 있으며 해당 운용은 방송사 자율로 진행되고 있다. 부가적인 규제가 없는 부분이 일본의 다채널 서비스 활성화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기 때문이다.

 

   
 

4. 영국의 다채널 서비스

독일 제 1 공영방송인 ARD와 제 2 공영방송인 ZDF가 다채널을 통해 더욱 훌륭한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미디어 산업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유럽 전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영국의 ‘프리뷰’를 빼 놓을 수 없다. 혹자는 영국의 프리뷰와 대한민국의 다채널 사정을 동일선상에 놓고 따지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지적을 하지만, 사실 이러한 지적은 의지의 부재에 따른 소극적인 접근방식일 뿐이다. 당장 영국의 프리뷰는 셋톱박스만 있으면 50여 개의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기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은 대한민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한 예시다. 물론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셋톱박스의 유무가 아니다. 이 부분은 현재 대한민국의 지상파 MMS 발전에 달려 있으며 조만간 기술협약을 통한 일정 정도의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상파 MMS의 무료 보편적이고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가 얼마만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다.

 

5.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OECD 국가 중 지상파 MMS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식을 차치한다고 해도, 지상파 MMS가 무료 보편의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지상파 MMS 천명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것이다. 하지만 서두에서 밝힌대로 현재 정부 차원의 지상파 MMS 현실화를 위한 의미있는 움직임은 전무하다. 또 지상파 방송사도 이를 위한 기술 협약까지는 달성했으나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 각 담당자들이 지상파 MMS를 위해 ‘조용하며 힘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6. 지상파 MMS, 결국 정부의 의지다

무료 보편의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일은 지상파 방송사가 가져야 할 미래의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금도 실험방송과 가능성 타진을 비롯한 의미있는 성과를 쌓아가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조금씩 좁혀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정부의 결정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당장 지상파 MMS 불허의 빗장부터 풀고 이를 육성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명확해진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진정한 미디어 서비스인가. 돈을 내고 보는 서비스냐, 아니면 돈을 안내고 보는 서비스냐. 무엇을 국민들이 바랄까? 답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