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통신사에 퍼주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주파수, 통신사에 퍼주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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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 LG유플러스가 사상 초유의 무선 데이터망 장애를 일으켜 가입자들의 데이터 서비스 자체가 불통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차례로 5분 동안 데이터 트래픽이 평소보다 5배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무선인터넷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는 관련 장비들의 과부하로 데이터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결국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에게 보상료를 지급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단순히 데이터 트래픽에 따른 촌극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증가하는 트래픽에 통신회사들이 고심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주파수 할당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 격화되리라는 것이라는 것이 방송통신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우선, 방통위는 지난달 20일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발표하며 신규 주파수를 발굴하고 통합방송법을 제정하는 일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방통위가 주파수 문제를 방송통신의 미래를 위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신사에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지상파는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송을 이원 송출하면서 408MHz 대역을 쓰고 있지만, 디지털 방송으로 완전히 전환하게 되면 698~806MHz까지 108MHz의 여유대역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앞서 언급한 LG유플러스 데이터 통신 불통 등의 사례를 들며 이 주파수 대역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바꿔 생각해보면 그동안 ‘무제한 요금제’ 운운하며 가입자들을 경쟁적으로 유치해 스스로 데이터 불통을 불러일으킨 통신사들이 3D-TV, 디지털 TV 등 차세대 미래미디어를 구축해야 할 방송사들의 주파수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각종 동영상 사이트의 전송률이 지나치게 높고 ‘네이버 야구’ ‘카카오톡’ 등의 사례를 들며 데이터망의 과부하를 걱정하는 통신사들이 자신들의 영업방식은 생각하지 않고 방송 발전에 가장 필요한 재원을 무작정 빼내가려 한다는 비판도 더해지고 있다. 그리고 통신사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영업방식인 ‘무제한 요금제’를 어쩌지 못한 채 방통위의 도움을 받아 주파수만 추가로 할당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방송통신 전문가들은 “통신사가 무제한 요금제를 통해 고객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통신망이 과부화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에 통신사들은 부족해진 망을 보충하기 위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야구’ 등 신개념의 사업자들을 비판하는 한편 방송사에 꼭 필요한 재원을 주파수 경매를 통해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