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올라온 ‘수신료 현실화’

[종합] 수면 위로 올라온 ‘수신료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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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국민 10명 중 8명 ‘수신료 인상’에 찬성”
EBS “공적책무 수행 위해선 700원 수신료 필요해”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수신료 현실화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KBS는 국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 답했다고 밝혔고, EBS는 코로나19로 역할이 무거워진 만큼 현행 제도를 개선해 EBS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2,500원으로 책정된 TV 수신료는 현재까지 40년 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시청료 거부 파동 등을 거치면서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고 있으며,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KBS와 EBS가 97:3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40년 동안 여러 차례 수신료 현실화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정치권의 입장 차이와 신문‧종합편성채널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KBS는 국민참여단을 모집해 5월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KBS의 미래 비전 국민에게 듣는 숙의 토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가계 사정을 들어 현재 매월 2,500원에서 3,840으로 한 번에 올리기 보단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시기도 지금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수신료 조정안’이 향후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행 시기는 코로나19가 진정된 뒤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현행 수신료가 40년 동안 묶여 있는 데다 현행 수신료가 극히 낮은 만큼 국민들의 이해를 요청했다.

숙의 토론을 주관한 ‘수신료공론화위원회’는 KBS이사회 의뢰로 국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숙의토론 시작 전(1차)과 폐회 후(2차)로 나눠 2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골자는 국민참여단의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토론회 전 실시한 1차 설문조사 72.2% 보다 숙의토론 후인 2차 설문조사 때 7.7%p 높은 결과가 나왔다. KBS는 “숙의토론이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상을 찬성한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적정한 인상금액’에 조사에서는 평균 3,830원이 나왔다. 토론 전 1차 조사(3,256원)보다 574원이 늘어난 액수다. 현재 KBS는 현 2,500원의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요구안을 KBS이사회에 제출한 상태다.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 이유로는 공정한 뉴스 제작과 독립적 운영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28.1%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40년 동안 오르지 않아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하지 못해서(24.9%), 공적책무에 필요한 재원 확충이 필요해서(18.6%), 수준 높은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이 필요해서(17.4%) 라는 응답이 이었다.

‘KBS가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7.3%가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청자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뉴스를 공정하게 제작해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응답이 22.5%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재난 정보의 신속한 전달’ 15.8% 순이었다.

현재 KBS가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안에는 EBS에 대한 배분율을 현행 2.8%에서 5% 늘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EBS는 코로나19로 과중해진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5월 14일 열린 한국언론학회 세미나 자리에서도 현행 수신료 제도의 모순이 지적됐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장은 수신료란 재원이 공영방송 제도의 재원이란 것을 전제로, 특정 방송사가 다른 방송사에게 수신료를 배분하는 형태가 합당하고 합리적인 것인지, 배분 비율이 타당하게 정해지는 것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이어 “국민들이 공영방송으로서의 EBS의 사회적 가치를 얼마만큼 평가하고 있는가를 수신료 논의 과정에 중요한 항목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BS는 올해 초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원격교육시스템의 설치 운영 및 관리 업무가 추가돼 학습 공백에 대응하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역할이 새롭게 부여됐으나 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재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EBS의 공적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재정수요계획을 산정한 결과, 700원의 수신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KBS가 발표한 3,840원의 18.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 EBS의 전체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6.2%다. EBS는 “700원의 수신료를 받게 된다면, EBS 전체 예산에서 수신료의 비율이 40.5%까지 증가하고, 공적 재원의 비중이 약 64.3%에 달해 국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공적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