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상식한 광고주 불매운동 탄압의 함의

[조준상칼럼]몰상식한 광고주 불매운동 탄압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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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상식한 광고주 불매운동 탄압의 함의

기업들아, 겁내지 말고 조중동과 손잡으세요!’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막무가내네. 저렇게 무식하게 해서 나중에 어찌 감당하려고?

가까운 장래에 선거도 없는데, 그런 거 따지겠어요.

지금 당장밖에는 아무 것도 고려하지 않는 정권이로구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언론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걸 보면.

그건 그러네. 언론 장악만큼은 집요하게 하려는 것 같아.

오랜만에 한 선배와 통화를 하며 나눈 대화의 일부다. 통화가 끝난 뒤 생각을 해봤다.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정책(policy), 아니 미디어 책략(trick)을 관통하는 핵심 열쇠말은 과연 무엇일까. 규제완화, 신방겸영 그런 거 말고 말이다. 현 정권의 말과 행동을 종합하면, 답은 하나다. ‘봉쇄’(containment)적대적 무시’(hostile neglect)가 그것이다.

봉쇄 책략은 정연주 KBS 사장을 내쫓기 위해 벌이고 있는 현 정권의 모든 말과 행동을 설명하는 듯하다. KBS 구성원 내부도 분열돼 있고, 정 사장에 대한 시민사회의 호불호도 엇갈리기에 정권의 KBS 장악 저지라는 대의는 여전히 불안정하기만 하게 보인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게 바로 봉쇄로 보인다.

무시는 사방에 두루 존재한다. 수백만 촛불에 대한 일관된 모르쇠, 건강보험 민영화 안 한다고 해 놓고선 제주도에서부터 민영화 첫 삽 뜨기 등 수두룩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적대적 무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검찰을 동원해 MBC <피디수첩> KBS <시사투나잇>에 대한 겁박을 일삼는 것으로 발전한다.

방통위가 2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케이블방송에 대한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말썽 많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마찬가지다. 변변한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민망했던지, 애초 방송위원회가 마련한 내용 중에서 방송권역을 해체하고 돈 되는 알짜 방송권역에만 사업을 집중하도록 하는 케이블방송의 겸영범위 관련 조항만 IPTV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바꾸기로 했다는 얘기 정도만 들린다.

나머지는 그대로 통과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현행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나, 케이블방송의 통신사업을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 채널 하한선을 70개에서 50개로 낮추겠다는 것이나, 케이블에 대해서만 방송 허가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주겠다는 것이나 아무런 변화나 수정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봉쇄와 적대적 무시만 있는 건 아니다. 적극적 포용도 있다. 방통위와 검찰, 경찰, 한나라당 등 사실상 이명박 정권 전체가 나서서 벌이고 있는 조중동 구하기작전이 그것이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인 시민들을 출국 금지시키고 가택수색까지 하고 있다. 전례없는 정권 차원의 지극한 조중동 사랑법이다. 정권 차원에서 조중동에 광고를 싣다가 안 싣는 기업들에 대해 왜 싣지 않느냐고 은근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싶다.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조중동이 약해졌다고? 이런 진단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정권 전체가 구하기 운동에 떨쳐선 마당에 약해지긴 누가 약해졌다는 건가? 촛불 정국에 대한 현 정권의 대응은 조중동이 결정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정권의 의제를 좌지우지 하는데, 뭐가 약해졌다는 것인가?

그래서 다음과 같은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명제가 나온다. 정권의 의제를 결정하는 조중동에 지상파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전문채널을 넘겨주는 것은 안 된다.

아울러,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과 이에 대한 정권 차원의 몰상식한 탄압이 갖는 맥락적 의미가 새롭게 도출된다. 조중동이 대기업과 손잡아 방송에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여론의 제압이 그것이다. 대규모 불매운동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기업들이 조중동과 손잡을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