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늑장대응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플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늑장대응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플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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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변혜진


 

 

신종 인풀루엔자(H1N1 influenza, 이하 신종플루) 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사회에서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1000만 명 이상의 감염과 1만 명 이상의 사망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각 나라의 다른 정부들과 달리 치료제나 예방백신 비축액 등에 늑장 대응함으로써 국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년전부터 신종 인풀루엔자에 대비하여 최소한 인구대비 20%의 치료제확보를 권고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4년 전부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 년 동안의 무 대응으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다른 나라들이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나 리렌자 등의 치료제를 전 인구의 30-50%확보, 영국의 경우에는 인구대비 80%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한국은 연말까지도 치료제 11%정도만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신종플루 치료제 확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바로 ‘특허권의 강제실시’ 가 그것이다. 공공의 목적에 부합할 경우나 국가긴급사태일 경우, 자국 정부가 기업의 특허권을 사회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인 강제실시는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조차 도하 특별선언에서 인정한 조치다. 한국정부는 아직도 타미플루 양이 많이 남아 있고, 아직은 국가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강제실시의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비상상황’ 이 되면, 약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있기에 그 때야 말로 이미 늦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이 상황에서 도대체 국가의 보건의 비상상황이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란 말일까? 더 많은 국민들이 신종풀루로 사망해야 비상상황이라고 인정을 한다는 말일까. 정부가 인정했듯이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백신의 공급이 연내까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그 치료제이자 예방약으로 쓰이는 타미플루나 리렌자의 정부 사용에 의한 강제실시 허용은 필수적이다.

 

또 한 가지는 백신문제다. 영국이나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은 이미 전 인구에 대해 2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참고로 플루 백신은 2-3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해야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한국은 어떠할까? 국내에서 마련된 백신 양은 내년 2월까지 인구 27% 접종이며, 그것도 1회 접종에 한해서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그 대책을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계속 숫자놀음으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혼선은 더욱 가중되고 있고, 그 한정된 수량으로 그럼 누구 먼저 접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접종 우선순위 문제를 놓고도 국민들이 나서서 걱정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신종전염병의 창궐에 대한 정부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2005년부터 이미 국영백신공장의 필요성을 지적해 왔다. 지금 화순에 있는 백신생산시설을 짓는데 약 1000억원이 들었다. 이 백신생산시설 완공은 왜 늦어졌을까? 바로 정부의 예산지원이 원활하지 않아서 였다. 지금 정부가 뒤늦게 치료제 확보와 백신을 사들이는데 들이고 있는 돈 3000억 원이 넘는다. 이 돈을 시민단체가 지적했듯이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의료시스템으로 국영백신공장 설립과 운영에 들였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공문 하나로 지정한 거점병원의 역할도 문제다. 각 지역 병원들은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455개의 거점병원으로 지정한 병원들은 불안에 떨며 몰려드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상담해야 할지 몰라 혼선 그 자체에 처해있다. 게다가 질병관리본부가 내린 신종플루 매뉴얼이나 정부 지침이 실제로 병의원에서는 어떻게 집행되는지에 대한 정부의 관리시스템과 강제성은 있지도 않다. 이처럼 신종플루 사태로 이번에 드러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의료기관의 공익성 확보다. 의료민영화와 추진과 민간의료기관에 전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내맡기는 정부의 태도 때문에 실제로 공공병원의 역할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일선 지역 보건소와 공공의료기관에서 해야 할 일들이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겨짐에 따라 병의원에서는 돈벌이를 위한 검사 등으로 낭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입원한 환자들에게 도리어 인풀루엔자가 전염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종플루가 의심돼서 오는 환자들에 대한 진단과 치료, 의료진 대책 등 현장에 적합한 대책을 세우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가가호호 안내문을 통해 알려주어야 한다.

 

전염병 예방과 치료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앞서 신종플루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은 그 시작도 늦었고, 현재까지도 치료약, 예방백신, 환자치료 등에 있어 대안이 제시 되고 있지 못하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 책임회피와 변명 아니라,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에 대한 정부의 강제실시 발동이며, 자체에 국민의 보건을 책임질 국영백신시설에 대한 확보와 국가운영체계를 완료하는 것이다. 또한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보건과 안전에 책임을 질 공공의료체계를 제대로 만드는 일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강을 파헤치는데 들이는 22조원이면, 지금이라도 국민을 신종플루로부터 지킬 백신과 타미플루 확보와 공공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선택이 바로 ‘생명이냐 이윤이냐’ 에 대한 정부 역학의 선택에서 국민 생명을 택하는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