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중간 광고, 무엇이 문제인가

[기획] 지상파 중간 광고,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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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 선정한 2016년 방송계 이슈

지상파 중간 광고, 무엇이 문제인가

얼마 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송 광고 금지 품목을 완화하는 등 규제를 개선해 나가겠지만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관련 업계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그만큼 중간 광고는 여전히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다. 이에 방송기술저널은 올해 방송계 이슈 중 하나인 중간 광고가 무엇인지, 지상파 방송사는 왜 중간 광고 허용을 주장하고 유료방송 업계는 반대하는지 또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중간 광고(commercial break)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도중에 광고를 방송하는 제도로 상업 방송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발달했다. 프로그램 도중에 광고가 방송되고, 광고가 끝나면 프로그램이 이어지는데 보통 시청자가 방송에 몰입돼 있는 상태에서 광고를 내보내므로 회피할 겨를도 없이 반강제적으로 노출돼 광고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중간 광고가 없으면 프로그램 앞뒤에 광고가 몰려 광고 간 상호 간섭과 재핑(zapping, 광고를 피하기 위해서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는 행위)으로 광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광고주는 중간 광고를 선호하는 편이다.1)

중간 광고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광고 행태로 미국과 일본, 호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면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간 광고의 빈도 및 지속 시간 등을 개별 방송국의 자율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도 중간 광고의 양과 빈도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뉴스의 경우 뉴스와 광고가 확연하게 차별되도록 방송협회에서 요구하는 자율 규제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중간 광고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간 광고는 대표적인 비대칭 광고 규제로 지상파방송은 스포츠 경기 등 중간에 휴식 또는 준비 시간이 있는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중간 광고를 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위성방송 등에는 중간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몇 년 전부터 중간 광고 허용을 주장해오고 있지만 종편을 필두로 한 유료방송 업계의 반대로 중간 광고 허용 논의는 매번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지상파 중간 광고 금지?…“근거 없는 불합리한 관행”
먼저 지상파 방송사와 광고 업계 등이 왜 이토록 간절히 중간 광고를 원하는지 알아보자. 지상파 방송사들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방송사의 손과 발이라 할 수 있는 광고 제도의 개선 없이는 중국 등 해외 자본과 콘텐츠 경쟁을 벌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과 보급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최근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기술 발전으로 한때 회당 7,000~8,000만 원 정도 하던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2억 원을 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한 회 평균 9,000만 원에서 1억 원을 호가하는 배우와 작가의 몸값 여기에 해외를 비롯한 로케이션 촬영, 다양한 촬영 장비 적용, 색 보정 및 컴퓨터 그래픽 등 후반 작업 등 제작비 상승은 지상파 방송사가 온전히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사가 종편처럼 시사 예능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해선 중간 광고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다.

방송협회는 “비대칭 규제로 지상파방송만 급격한 광고 매출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수차례 의견서 및 건의문 등을 통해 침체된 방송 광고 시장 전반을 부양하는 현실적인 방송 광고 제도 개선으로 중간 광고 허용을 건의했지만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 업계의 반대로 간접 광고와 가상 광고 등에서 비대칭 규제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우유부단한 정책 추진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나아가 방송 시장 전체가 붕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광고주협회를 비롯한 주요 방송 광고주들도 광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지상파방송의 중간 광고 허용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1월 27일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조찬 간담회에서 “콘텐츠 경쟁력 등 국내 방송 산업을 위해선 광고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고, 광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중간 광고 허용 등 광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방송에 대한 중간 광고 허용이 국내 콘텐츠의 해외 판매를 촉진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한국광고학회와 MBC미래방송포럼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해외에는 중간 광고가 있기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을 수출할 경우 프로그램을 재편집해야 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 광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 역시 “해외 콘텐츠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유통되고 있는 콘텐츠 상당수는 중간 광고를 삽입하지 않은 지상파 콘텐츠인데 케이블이나 위성, 인터넷TV(IPTV) 등 타 매체에서 동일 콘텐츠가 방송될 때는 흐름에 맞지 않는 중간 광고 삽입으로 시청권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지상파 중간 광고 금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상파 중간 광고 금지는 1974년 3월 오일 쇼크 당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작됐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작된 것인 만큼 지금은 해당 사항이 없다. 이 때문에 1994년 당시 경제기획원도 ‘광고 산업의 불합리한 관행’ 중 하나로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 광고 금지를 꼽았다.2)

지상파 광고 쏠림?…케이블 광고 단가 이미 지상파 추월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종편을 중심으로 하는 유료방송 업계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지상파에 대한 중간 광고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는 광고 쏠림 현상, 시민사회단체는 시청자의 시청권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들은 해당 지면을 무리하게 할애해가면서 ‘적어도 방송 광고 시장의 불균형이 해소될 때까지는 시기상조다’, ‘중간 광고 허용은 이중 삼중의 특혜다’, ‘어른이 아이와 경쟁하는 꼴’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종편의 광고 매출은 211%, 협찬 매출은 3,212% 급증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광고 매출 급감의 길을 걸을 때 종편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광고 업계에 따르면 tvN의 <삼시세끼>와 <꽃보다 청춘>의 중간 광고 단가는 15초당 2,500만 원으로 현재 지상파 프로그램 중 기본 단가가 가장 높은 KBS의 <부탁해요, 엄마> 보다 1,000만 원가량 높다. 지상파의 독과점은커녕 오히려 케이블이 지상파의 광고 단가를 추월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사실 광고 시장의 왜곡은 종편이 방송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주요 신문사의 도움으로 직접 영업을 하면서 광고 시장을 왜곡시켰을 뿐 아니라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황금 채널 부여 등 각종 특혜란 특혜는 다 누렸던 종편이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 광고 허용을 이야기하면서 특혜를 논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중간 광고가 도입되면 프로그램이 중간에 강제로 끊어져 시청 몰입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또 본의 아니게 광고 시청을 강요받게 된다고 말한다. 프로그램 전후에 광고를 보고, 프로그램 내 간접 광고를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강제로 중단하고 중간 광고까지 보라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물론 중간 광고의 허용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방송 프로그램의 질 저하가 더 큰 시청권 침해라고 반박한다. 중간 광고를 통한 수입을 제작비에 투입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인다면, 그래서 시청자들이 더 만족한다면 중간 광고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을 감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다채널‧다매체를 지나 스마트 시대로 접어든 만큼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안방극장은 없다. 지상파가 독점하던 방송 시장은 어디에도 없단 소리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의 구분이 없어진 시대에 비대칭 규제가 지속된다면 지상파 방송사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소외 계층은 물론 대다수 시청자에게 예능과 드라마 위주의 즐거움뿐만이 아닌 다큐멘터리, 시사 교양 등 감동과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가 필요하다.2)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에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대부분의 학계 전문가들도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 광고 허용을 지지하고 있다. 일단 지상파 방송사와 광고주 업계, 학계 등에서 할 수 있는 카드는 다 내놨다.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해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방송 환경을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만들기 위해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정부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유료방송 눈치보기에 급급해 지상파의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칠지, 아니면 이제라도 강단 있는 결단과 추진력으로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을 통해 시청자 복지의 기초를 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1) DAUM 백과사전

2) 윤석년(2015). 매체 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 개선:광고 규제, 수신료, 재허가, 편성 등.『방송문화』2015년 겨울호, pp.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