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재송신 확대 논란, 다시 수면위로

의무재송신 확대 논란, 다시 수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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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신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케이블 업체를 중심으로 관련 외곽단체의 화력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2월 6일 미디어 학계 및 소비자 단체, 법조계와 언론계 인사로 구성된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현재 방송법에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상이 KBS1과 EBS만 국한하고 있어 국민의 보편적 방송시청권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KBS2와 MBC는 사실상 유료방송으로 변질돼 있어 전파사용료 면제를 받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내던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KBS2 · MBC까지 의무재송신을 확대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할 것과 의무재송신 제도개선을 KBS 수신료 인상 문제 등 다른 현안 연계로 지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재송신료 분쟁에 따른 케이블 업체의 블랙아웃 사태가 빈번히 일어나자 자연스럽게 의무재송신 확대 논의가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작년 6월부터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양휘부 케이블TV협의회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방송의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에 재송신료를 받아야 한다”는 언급을 해 많은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안 처리 자체가 난항을 겪으면서 상황은 더 꼬여갔다. 동시에 방통위는 작년 12월 28일 2012년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논의했으나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며, 때를 같이해 케이블 유관 협회 및 단체에서는 의무재송신 확대를 요구하는 학술대회를 연달아 열며 클리어쾀 및 8VSB 케이블 허용 등과 함께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의무재송신 확대 여부에 대한 결정적인 정부 정책 변화가 감지된 것은 차기 정부 인수위의 행보였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700MHz 방송용 필수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확정과 더불어 의무재송신 대상에 KBS2를 포함하는 방안을 인수위가 심도있게 논의하는 정황증거가 속속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작년 12월 28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의무재송신 안건과의 차이다. 당시 방통위 안건은 크게 2가지로, KBS2를 포함하는 방안과 KBS2 포함은 물론 MBC를 유상 재송신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건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공영방송의 재원이 흔들릴 것을 이유로 수신료 현실화를 이끌어 낸다는 단서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인수위 발 소식에는 KBS2만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며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조항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의 성명서가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주장은 작년 방통위 안건보다 더 과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의무재송신 확대와 수신료 현실화를 연결하지 말라고 주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파 관계자들은 의무재송신 확대가 공영방송의 재원 악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저작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 업체에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디지털 전환을 맞아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추구하는 지상파 방송사와 지역의 RO가 난시청 해소를 위한 큰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재송신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케이블 업체의 의무재송신 확대 주장은 자사 이기주의일 뿐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불똥은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실에서 발의한 유료 방송 지원 특별법에 포함된 ‘재송신료 면제’ 조항에서 양측의 정면충돌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한편, 이런 분위기 속에서 케이블 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의무재송신 확대 논의가 의외로 허무하게 그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최근 현대HCN과 티브로드 등 2개 MSO를 제외한 타 사업자들이 모두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 계약을 체결한 상황을 지적하며 재송신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의무재송신 논의도 금방 사그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는 N-스크린을 통한 지상파-케이블의 콘텐츠 교류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