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부끄럼 없어” 법적 다툼 예고

윤 대통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부끄럼 없어” 법적 다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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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5월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면직 처분을 재가했다. 한 위원장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부분”이라며 “지속해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면직 처분 재가 사실을 전하며 “방통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 위원장은 방통위 실무자로부터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상 문제없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며 점수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의 공정성을 저버렸고, 방통위 담당 국‧과장, 심사위원장을 지휘 및 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또 ‘일부 심사위원에게 부탁해 TV조선 평가 점수를 사후 재수정함으로써 일부 항목을 과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위원을 속여 TV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이 내려지도록 하는 등 위계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한 위원장의 법령 위반 혐의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또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 소속 인사를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하도록 지시하고 다른 상임위원들과의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방통위가 정한 내부 기준을 무시하고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유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점 △TV조선 평가 점수를 사후에 조작했다는 언론 취재가 들어오자 ‘방통위는 TV조선 점수 평가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점 등도 언급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는 이러한 부분들을 거론하며 5월 2일 한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 위원장은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 위원장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부분이라서 다퉈나갈 것이고, 면직 부분도 공소사실에 근거해 유죄로 확정하고 그걸 근거로 국가공무원법상 일반 규정을 적용한 것인데 법률가 입장으로 봐도 적절치 않다”며 “지속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속하게 면직 처분 취소 청구 그리고 효력정지 신청까지 병행해서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방통위에 와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기에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면서 “방통위는 규제기관이다 보니 한쪽에서는 너무 세게 규제한다고 뭐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권한이 있으면서 왜 규제를 안 하냐고 한다. 모든 사안에 있어 비판과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입장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에서 무너진 방송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라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방통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해 집요하고 야비한 방법을 총동원했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 위원장의 죄가 가볍지 않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라며 “한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일어났던 평가 점수 조작 등 숱한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공정성과 중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임에도 한 위원장은 지금까지 후안무치하게 그 자리를 지켜왔으며, 면직 재가를 앞둔 순간까지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운운했다”면서 “당시 실무자들은 물론 심사위원장이었던 교수도 구속된 마당에 의혹의 최정점이자 지휘, 감독 책임자로서 일말의 반성도 없는 후안무치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반면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 자리에서 “억지와 궤변으로 점철된 기소 쇼 끝에, 그 기소를 빌미로 면직안까지 통과시켰다”며 “정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탈법과 위법의 경계를 서슴없이 넘나드는 ‘윤석열식 법치’의 실체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하면 전용기 탑승 거부와 압수수색으로 찍어 누르고, 마음에 맞지 않는 방통위원장은 위법과 탈법도 서슴지 않으며 찍어냈다”며 “방송 장악의 화신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똑똑히 새기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 놓은 한 위원장을 무리하게 쫓아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하루라도 빨리 언론 장악에 나서야 했기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방통위원의 임기를 보장하는 현행법도 무시하고,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이라는 검찰의 억지 수사와 부실 기소만으로 면직을 밀어붙인 건 ‘언론 장악을 위한 검은 의도’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며 “한 위원장의 부당한 면직은 언론 장악의 디딤돌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통위는 한 위원장 면직으로 인해 오는 7월까지 김효재 상임위원, 이상인 상임위원, 김현 상임위원 등 3인 임시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