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소니, 흔들리나

위기의 소니,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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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전자왕국 소니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지속적인 실적 경고와 매출 급감은 물론, 핵심 사업 분야의 불투명한 비전이 겹치며 소니는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일 소니는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1천100억 엔(1조1,68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며 PC 부문을 매각하고 TV 부문을 분사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소니는 일본 내부의 1,500명을 포함해 총 5,000명을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바이오 브랜드를 전면에 건 소니는 1980년 워크맨의 출시로 세계 전자시장을 주름잡는 큰 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서며 LCD와 PDP 등 평판 TV의 세계적 진화를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해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했으며, 애플의 아이팟과 닌텐도 시리즈의 파상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특히 TV의 경우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글로벌 TV 시장에서 축출된 부분이 뼈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의 전 세계 TV 점유율은 삼성전자(27%), LG전자(16%)에 이어 3위(7%)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소니는 이대로 몰락할 것인가? 여기에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몰락’을 예상하는 쪽은 이번 소니의 조치로 대규모 인력 유출은 물론, 연구개발(R&D) 투자 위축에 따른 영업력 약화가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게다가 PC부문 매각과 TV 부문 분사 결정은 소니의 재기에 결정적인 타격이라고 진단한다. 당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조치가 당장의 생존은 담보할 수 있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니의 자연사’를 유발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달 말 소니의 신용등급을 ‘투기(junk) 등급’인 Ba1로 한 단계 낮추면서 TV, PC,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 주력 제품 분야에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활’을 점치는 신중론도 있다. 우선 이들은 소니의 UHDTV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HDTV 시대의 주도권을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빼앗기긴 했지만, 차세대 뉴미디어 플랫폼인 UHDTV에서 소니의 영향력은 아직 막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니는 UHDTV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UHDTV 점유율이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부분과 더불어 중국산 저가 UHDTV의 공세는 돌발변수로 부각된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가 거국적 사업으로 추진중인 UHDTV 발전 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