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포원(All-4-One), 유료방송 UHD 사전 포석?

올포원(All-4-One), 유료방송 UHD 사전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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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의 주도로 구성된 올포원(All-4-One) 펀드를 둘러싸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UHD 정책에 있어 700MHz 대역 주파수 공동 연구반, UHD 협의체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등장한 올포원의 역할과 궁극적인 목표에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올포원은 UHD 방송 활성화를 논의하는 UHD 협의체 내부의 방송사, 제조사, 제작사가 참여한 UHD 콘텐츠 제작지원 펀드다. 이에 정부는 펀드에 25억 원을 투입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홈쇼핑 6개사는 50억 원을 모으기로 했다. 여기에 KT와 CJ 헬로비전 등 통신사와 케이블 채널에도 펀드 참여를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올포원의 구성과 목적에 대해 궁극적으로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을 구사하기 위한 정책적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즉, 방송 콘텐츠의 80%를 생산하는 지상파의 역할을 콘텐츠 생산에 국한시켜 일개 PP의 역할만 부여하고, 그 외 다양한 UHD 콘텐츠 제작을 올포원을 중심으로 하는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으로 재구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현재 UHD 정책을 두고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치열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미래부 최문기 장관은 KBS를 방문해 지상파 UHD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래부가 지상파 UHD 정책으로 완전하게 선회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최 장관은 ‘실험방송’에만 의미를 부여할 뿐 구체적인 주파수 할당 계획이나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UHD 전략에는 연구반과 방통위와의 협력이라는 원론적인 언급을 통해 극도로 말을 아꼈기 때문이다.

   
 

종합하자면, 미래부 입장에서는 지상파에게 UHD 정국에서 PP로서의 역할만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유료방송 UHD 전략은 이미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3개의 분과가 가동 중인 UHD 협의체서 지상파 분과는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과 주파수 할당을 이유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료방송 분과는 이미 유료방송 UHD 정책 로드맵을 완성하고 세부적인 조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블은 제조사와 공동으로 셋톱박스 개발 및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4월 상용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료방송 분과에서는 CJ 헬로비전과 씨앤앰이 우선 소프트웨어 셋톱을 활용한 본방송을 시작하는 한편, 하드웨어 셋톱박스는 하반기부터 상용화하기로 정하는 등 명확한 방향성이 나왔다. 또 케이블 방송의 콘텐츠를 모아 서비스하고 있는 홈초이스는 올해 4K 방송용 콘텐츠 200편을 확보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위성방송도 내년 상반기 4K 본방송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UHD 정국에서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UHD 가능성은 점점 요원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양휘부 한국케이블TV협회 회장과 만나 플랫폼은 물론, 콘텐츠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지금까지 제조사는 통신사와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플랫폼이라는 연결고리를 적극 활용해 왔다. 하지만 망 중립성 논쟁을 거치며 제조사는 케이블과 협력해 통신사가 수행했던 플랫폼의 역할을 주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UHD 정국에서는 분위기가 일변했다. 제조사는 케이블에게 플랫폼은 물론 콘텐츠 제공자로서의 역할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종합하자면, 미래부와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UHD 플랫폼을 유료방송이 맡고, 지상파는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기를 원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업계 구도상 지상파만 콘텐츠를 맡기에는 불안요소가 많다. 지상파도 UHD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부는 UHD 지상파 실험방송을 미끼로 지상파에 UHD 플랫폼 가능성을 타진하는 ‘액션’을 취하는 한편, UHD 플랫폼을 맡을 유료방송의 유일한 약점인 콘텐츠 보완에 적극 나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케이블과 제조사의 협력(셋톱박스 개발-전격적인 회동)과 유료방송 분과의 UHD 로드맵 구성, 그리고 전격적인 지상파 UHD 가능성 회피라는 단서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미래부는 올포원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해당 펀드를 통해 유료방송 콘텐츠를 지원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지상파를 UHD 콘텐츠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제조사-유료방송이 적극 협력해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해도 아직 2% 부족하기 때문에, 올포원이라는 펀드를 조성해 UHD 콘텐츠 생산을 독려하는 상황이다.

당장 지상파 UHD 전략에 있어 지상파가 강조하는 부분, 즉 ‘막강한 콘텐츠 생산자’라는 자신감을 전면적으로 돌아봐야 할 순간이다. 국내 방송 콘텐츠 80% 이상을 생산하는 입장이라고 플랫폼 전쟁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미 2중, 3중의 보완책이 미래부와 유료방송 중심으로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