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언론의 침묵을 인정할 수 없다”

언론노조, “언론의 침묵을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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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6월 28일 결의문을 발표하며 해직 언론인 문제 및 국정원 정치 개입과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 공전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동시에 이들은 더 이상 정치권에 의해 자행되는 언론 자유의 유린을 묵과할 수 없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6.28 언론노조 결의대회 결의문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해직언론인 복직·공정 보도, 투쟁으로 쟁취하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지난 정권에서 피폐화된 언론 환경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공정 보도를 요구하다 거리로 내몰린 해직언론인은 여전히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편집국 폐쇄와 같은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국정원 선거 개입’이라는 희대의 국기 문란 사건 앞에 언론인은 침묵하거나 왜곡 보도의 첨병 역할을 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으며,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국가기관의 보도 통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2013년 언론의 자유는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취재, 제작 현장에 있어야 할 언론인이 다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공정 보도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직된 언론인만 20명이 넘는다. 노종면, 우장균, 현덕수, 권석재, 조승호, 정유신, 6명의 YTN 기자들은 해직된 지 4년 9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들은 지난 3주 동안 뙤약볕 아래서, 때로는 장맛비를 헤치며 언론이 외면했던 핍박의 현장을 찾아 천 리 길을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정권은 이런 눈물겨운 고행마저 방관하고 있다. 해직자 복직은 노사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정권 초 정부의 적극적인 갈등 조정과 언론 정상화 노력을 기대했던 국민의 열망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얘기한 국민대통합은 공염불에 불과했음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정치권의 직무유기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야는 자신들이 방송공정성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해놓고 석 달 가까이 공전시키더니, 3차례 걸친 공청회에도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공정’ 특위가 아닌 ‘공석’ 특위로 스스로 전락시켜 버렸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의 자율성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조차 아직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아가 민주당은 해직언론인 복직법은 내버려둔 채 새누리당이 원하는 ICT 진흥법만 처리해줬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ICT 진흥법 처리를 요구했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직언론인 복직법 처리는 더욱 요원해졌다. 새누리당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미 얻은 만큼 해직언론인 복직법에 더욱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또다시 해직언론인 문제를 자신들의 당리당략으로 이용한 셈이다.

반면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는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통령 최측근 인사를 앉히고 ‘제2의 김재철’을 MBC의 새 사장으로 선임하더니, 최근에는 국정원 직원이 YTN 보도 내용에 개입하는 믿기 어려운 사태까지 발생했다.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하하는 글을 SNS에 조직적으로 올렸다’는 특종 보도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압력을 가했고, 이후 해당 기사의 방송이 중단된 것이다. 이 국정원 직원은 YTN 보도국의 회의 내용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공영방송의 경영진 역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 앞장섰다. MBC는 국정원 선거 개입을 다룬 ‘시사매거진 2580’ 아이템을 예고까지 나간 상황에서 통째로 누락시켰고, KBS는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하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NLL 대화록’으로 ‘물타기’를 시도하자 이슈 확산에 열을 올렸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명백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이자 헌정질서 문란 행위이다. 이를 호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언론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수구족벌신문의 신문 시장 왜곡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정부 여당과 결탁해 종편이라는 특혜를 얻은 조중동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터무니없는 왜곡 보도로 대한민국의 역사와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했다. 여기에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용역 깡패를 동원해 편집국에서 일하던 기자를 강제로 쫓아낸 뒤 편집국을 폐쇄하는 폭거를 자행하기도 했다. 신문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회복하고 언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신문진흥특별법을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해직언론인의 아픔과 언론 자유의 유린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정권과 정치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접고 이제 투쟁 전선으로 나서고자 한다. 언론의 공정성이 훼손될 때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났던 언론노동자들의 결의를 모아 다음과 같이 투쟁을 선언한다.-우리는 해직언론인 복직이 언론정상화의 시작임을 천명하고, 모든 양심세력과 연대해 해직언론인 전원이 복직할 때까지 총력 투쟁한다!



-우리는 해직언론인 복직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송의 자율성을 방관하는 정치권에 대해 규탄 투쟁을 전개한다!

-우리는 국정원 선거 개입을 민주주의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보도 통제에 맞서 진실 규명을 위한 단호한 투쟁을 전개한다!

-우리는 한국일보 정상화와 장재구 회장 퇴진, 신문진흥특별법 쟁취를 위해 강고하게 투쟁한다!

2013년  6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