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 손해와 차익의 간극에서

씨앤앰, 손해와 차익의 간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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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료방송 시장의 거대한 재편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료방송의 규제 완화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통령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방송시장의 독과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복잡하다. 첨예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는 실시간으로 꼬이고 있으며 돈과 영향력, 그리고 다분히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모든 상황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모두 유료방송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격랑에 빠져든 유료방송 시장을 재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씨앤앰이다.

   
 

수도권 최대 케이블 MSO인 씨앤앰은 현재 사모펀드의 손에서 새로운 주인만 기다리고 있다. 씨앤앰은 248만 명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업계 3위의 대형 사업자이며 서울 13개 권역과 경기도 3개 권역 등 총 17개 권역에서 케이블 방송과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PP도 6개나 보유하고 있으며(MSP) 5대 MSO 중 디지털 전환율은 59%로 최고다.

많은 전문가들은 씨앤앰 매각이 케이블 MSO 시장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본다. 게다가 설립 자금 대부분이 사모투자펀드로 구성된 씨앤앰의 자금 회수 시기가 임박한 데다 미 케이블 업계 M&A로 국내 시장에서도 곧 대어급 M&A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는 최근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CJ 헬로비전과 티브로드다. 업계 1, 2위인 이들은 한때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씨앤앰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각자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CJ 헬로비전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만 나라방송, 영서방송, 호남방송, 전북방송, 강원방송 등을 인수하며 64만 명이 넘는 추가 가입자를 확보해 현재 23개 권역, 419만 가입자를 보유한 CJ 헬로비전은 케이블 SO 800만 가입자 가능 시대를 맞이해 씨앤앰의 유력한 새로운 주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랬다. 적어도 일주일 전까지는.

최근 씨앤앰 매각을 둘러싼 업계 상황이 일변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방송 독과점 문제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방송의 독과점을 지양해야 하며,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특정 기업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가장 근접한 CJ를 겨냥했다고 본다. 동시에 미래창조과학부는 박 대통령의 일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MSO가 군소 PP에게 의무적으로 채널을 할당하게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SO 권역별 규제 완화를 비롯해 전반적인 유료방송 규제 완화 및 몸집 불리기를 통해 거대 사업자와 MSP의 등장이야말로 내년 한미 FTA를 기점으로 하는 외국 콘텐츠 산업에 대비할 마지막 방파제라는 믿음이 빠르게 사라지는 셈이다.

동시에 PP 매출 제한 규제 완화를 시도하던 케이블 업계는 당황하고 있으며, 여기에 위성방송 점유율 및 IPTV 급성장 현상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이 남발하며 케이블-IPTV(위성방송)의 충돌도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종합하자면, 유료방송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타던 상황에서 갑자기 제동이 걸렸으며 방송 독과점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꽤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던 씨앤앰 인수도 복잡해졌다. 두 가지가 단서다. 하나는 씨앤앰 가치의 하락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의 유료방송 사업자 ‘빅딜’과정에서 재현된 정부의 제동이다.

우선 씨앤앰의 가치 하락이다. 2월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준 MSO 1위 업체 CJ 헬로비전의 가입자(404만 명) 한 명당 기업가치(시가총액)는 36만 원으로 잡힌다. 2011년 9월 공모 당시(가입자 351만 명, 공모가 1만6,000원) 35만 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시가총액에 순차입금(6,270억 원)을 더한 기업가치(EV) 기준으로 따져도 51만 원 수준이다. CJ 헬로비전 매출은 2013년까지 3년간 연평균 36%씩 증가했다. 준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씨앤앰은 사정이 다르다. 2008년 3월 MBK파트너스-맥쿼리 컨소시엄이 씨앤앰(업계 3위)을 2조1,700억 원(100% 기준)에 인수할 당시 가입자 수는 208만 명이었다. 가입자당 기업가치가 104만 원에 이른다. 매출과 수익은 2008년 4,099억 원에서 2012년 6,411억 원으로 5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259억 원에서 307억 원으로 14.3% 늘어났지만 6년이라는 시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높은 가입자당 기업가치가 부담스럽다.

만약 3조 원으로 평가받는 씨앤앰을 전격적으로 인수한다고 해도 투자금액을 회수하려면 5년이나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DCS와 각종 결합상품을 무기로 삼는 IPTV가 몸집을 불리는 것도 불안하다. KT는 최근 케이블 합산 점유율 제도가 지지부진한 사이 가입자 700만을 돌파했다.

미국의 유료방송 사업자 빅딜 과정에서 재현된 정부의 제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한다. 미국에서 FCC가 망 중립성을 이유로, 법무부가 방송 공정성을 이유로 1, 2위 사업자의 합병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에서 우리 사정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대기업 수직계열화 방송경쟁평가 보고서 발간이 묘하다. 내용보다는 발표 시기가 묘하다. 박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등 방송시장 독과점에 우려를 표하자 KISDI에서 방송시장경쟁상황을 평가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을 심사할 때만 적용하던 ‘경쟁상황평가 가이드 라인’을 전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KISDI는 박 대통령 발언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기가 묘한데다가, 사실상 KISDI의 발표가 씨앤앰에 대한 인수합병 심사 시 보고서의 가이드 라인으로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씨앤앰의 가치 하락설이 무성해지고 정부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매각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체 유료방송 규제 완화와 그에 따른 제동, 여기에 각 사업자의 이전투구가 심각하게 충돌하며 상황이 극적인 반전을 맞을 확률은 여전하다. 그리고 씨앤앰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