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와이파이, 방송을 망칠까?

슈퍼 와이파이, 방송을 망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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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오는 12월 화이트 스페이스를 활용한 슈퍼 와이파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시범 서비스 지원사업 설명회를 열었으며 7월 중 수혜기관을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구체적인 방안은 모두 나온 상태다. 미래부에 따르면 시범 서비스 지원사업의 수혜기관으로 선정된 사업자는 화이트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장비 개발비의 일부인 1억~1억 5,000만 원을 지원받고 장비개발이 끝나는 12월부터 최소 6개월 동안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 동시에 미래부는 구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슈퍼 와이파이)와 경기도 남양주(지하 재난영상 전송)의 인프라를 더욱 발전시켜 특정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채널을 알려주는 시스템 DB를 12월까지 구축 완료한다고 밝혔다.

사실 화이트 스페이스를 활용한 슈퍼 와이파이 기술 상용화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며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역으로 공약 발표 이후 해당 기술이 국가 인프라에 해당되는 방송 서비스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도 화이트 스페이스를 TV 유휴대역으로 규정하며 통신에 특화된 혜택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실 화이트 스페이스는 지상파 방송의 혼․간섭을 방지하여 방송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그야말로 ‘시청자 보호를 위한 대역’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TV 유휴대역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남아도는 주파수 자원인양 포장하여 통신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저해하고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 존립 목적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다. 그런 이유로 2012년 9월 21일 구 방통위가 전파법의 하위 법령인 ‘무선설비규칙 개정(안)’을 통해 화이트 스페이스 대역을 통신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웠을때 방송 진영에서는 강력히 반대했었다. 이동형 서비스에 해당 기술이 활용될 경우 심각한 난시청 사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화이트 스페이스는 지상파 방송 주파수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혼선 방지 마지노선’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를 통신 기술에 맹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보편적 방송 서비스의 붕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근 구글은 미국 회이트 스페이스 DB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구글은 통신사나 케이블 사업자가 경제성을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포기한 낙후지역에 비면허주파수를 활용해 무선 브로드 밴드 서비스를 공급하는 ‘슈퍼와이파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국 정부가 미국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보급하려는 사업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이러한 구글의 꼼꼼한 로드맵에 사실상 FCC가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작년만해도 FCC가 버지니아를 비롯한 4개 주에서 슈퍼 와이파이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때 지상파 방송사들은 ‘주파수 혼간섭’의 이유를 들어 맹렬하게 반대했지만, 이제 분위기가 완벽하게 바뀐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 업체까지 화이트 스페이스 쟁탈전에 나섰다. 지난달 10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케이블 TV 박람회인 ‘전미케이블협회(NCTA)’ 쇼에서 마이클 파월 NCTA 회장은 FCC 의장과의 대담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슈퍼 와이파이가 보급돼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 허가 없는 주파수 비(非)면허대역을 케이블업계에 허용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선의 영역을 활용하여 케이블 업체들이 자신들의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국내의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을 주도하는 진영이 통신 진영이라는 것만 제외하고는 비슷한 흐름이다.

미래부는 결국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을 슈퍼 와이파이 용도로 활용할 복안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통위와의 협의를 통해 방송의 혼간섭을 최소화 하겠다는 전제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작년 이동형 통신 서비스 기술에 대응하는 구 방통위의 태도로 볼 때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당시에도 구 방통위는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을 이동형 통신 서비스에 적용하면 혼간섭의 영향으로 국지적인 난시청 현상이 발생한다는 우려에 대해 전국을 ‘그리드’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다소 황당한 대안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물론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은 케이블은 물론 통신의 발전, 그리고 대한민국의 IT 위상 강화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일 수 있다. 그러나 화이트 스페이스를 ‘노는 TV 주파수’라고 정의내리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전제다. 2012년 12월 31일 전국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고 올해 10월까지 지역별 채널 재배치 사업이 진행되면 방송사는 활용 가능한 채널이 46개에서 38개로 축소된다. 여기에 미국식 디지털 전송방식을 활용함에 따라 주파수 효율성도 떨어지는 마당에, 화이트 스페이스를 슈퍼 와이파이 기술로 쓰게 된다면 심각한 난시청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방송이 포함된 협의체 구성의 강력한 동력 드라이브와 혼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