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민운동장에서 지역문화의 참사를 보다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지역문화의 참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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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민운동장에서 지역문화의 참사를 보다
선택의 권리 극대화·소외된 계층에 복지혜택

/김 형 진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팀장

비리와 책임방기, 썩은 내 풀풀 나던 이벤트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을 달리하였다. 순진하게 해석하면 ‘안전 불감증’으로만 볼 수 있지만 그러기에 ‘상주’는 너무 처참하다. 물론, 썩은 내 나는 상주시민운동장에서 공연을 보러 갔다 참사를 당한 사람들에게‘안전미비’는 최고의 죄악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주참사를 둘러싼 추악한 관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자 남은 사람들의 책임이다.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가족의 슬픔이 끝까지 남아 있겠지만, 사회적·문화적으로 읽어본다면 지역 사회의 무심한 문화, 척박한 문화의 장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상주에서 <가요콘서트>를 진행하려고 했던 MBC는“<가요콘서트>는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중장년층 대상의 트로트 음악 프로그램으로서, 지방 공연을 통해 지방에 거주하시는 국민들께도 문화
향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하였다. 단적인 예로, 영화 관객 1000만 시대를 맞이하였지만, 지역에는 변변한 극장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공연이나 지역자치단체에서 준비하는 축제는 지역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TV에서 보는 가수들과 연예인을 대거 볼 수 있는 대규모의 이벤트를 주최할 수 있는 넉넉한 자본은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결국 지자체 차원의 생색내기 식, 혹은 전시행정 식의 한 번 보여준다는 ‘이벤트’ 는 지역 내의 다양한 문화와 생산적인 행동, 즐거운 상상력을 확대하고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문화에 있어서 지역 주민들을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상상력을 바탕으로한 문화적 경험과 생산, 다양한 취향의 소통보다는 누군가의 업적으로 남길만한 대규모의 문화 행사의 기획은 현재 지자체
가 헤매고 있는 문화의 전형적인 단면이다. 특히 지역 경제와 지역의 브랜드화를 내걸면서 진행하는 지역축제는 지역주민과의 소통, 즐거운 페스티벌로 기획되거나 운영되지 않는다.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문화사업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상주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가요콘서트>의 경우 방송 프로그램의 콘텐츠로 계약 되었지만, 실제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문화사업을 훑어보
면 대규모 중심의 이벤트성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더더군다나 서울 혹은 대도시와는 다르게 문화적 인프라가 열악하거나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와 같이 대규모 공연 중심의 문화행사는
문화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갈망을 오히려 왜곡시키기 마련이다. 문화적 향유와 생산에 대한 갈증은 대규모 공연, 이벤트에 집중되고 결국 지역 내의 문화적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문화적 갈증은 오히려 증폭된다.
상주시민운동장을 쓸고 간 죽음의 흔적은 유가족에게만 남는 것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유가족에게는 아픔으로, 슬픔으로 남겠지만 현실로 존재하는 지역 사회 안에서의 문화적 열악함의 서글픔도 그날, 상주시민운동장에 남겨졌다.
그래서이다. 그래서 상주참사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구린내를 없애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않기 위해서는 단순히 ‘안전’만을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것이다. 지역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역 내의 열악한 문화적 기반을 오히려 왜곡하고 이벤트성 사업만을 주최했던 지자체와 방송사가 지역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게 하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MBC는 상주에서 <가요콘서트>를 준비한 이유에 대해 “지방 공연을 통해 지방에 거주하시는 국민들께도 문화 향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영방송이 담당해야 할 대국민 서비스의 하나라는 인식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상주시장은 "이번 사고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법적 판단 외에도 시장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방송사는 공영방송이 담당해야 할 ‘문화적 향유’에 대해서, 그리고 상주시장은 모든 책임이라는 것이 그 동안 문화적 열악함을 전시성 행사로만 풀었던 것에 대해서, 지역 내의 문화 향유와 표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상주참사를 둘러싼 섞은 고리를 풀고, 방송사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문화적’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