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3DTV, 현빈·원빈에 취한 언론

삼성·LG 3DTV, 현빈·원빈에 취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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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현빈과 원빈에 취했다. 현빈과 원빈을 각각 모델로 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TV ‘장밋빛’ 광고는 잇따라 게재되고 있지만, 언론이 양측의 비방전을 중계하는데 그치고 광고 이면의 실상을 파헤치는 보도는 사실상 실종됐다.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전국단위 아침신문 9곳(국민, 경향,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의 전면 광고를 분석한 결과, LG전자 3D TV 광고는 총 14번(경향 9, 14일/ 국민 10일/동아 10일/서울 10, 15일/ 세계 8일/ 조선 10, 11일/ 중앙 10, 14일/ 한겨레 10일/ 한국 9, 11일)이 실렸다. 삼성전자 3D TV 광고는 총 3번(동아 15일/ 세계 14일/ 한국 14일) 실렸다. 종합일간지 기준으로 사실상 연일 3D TV 광고가 실린 셈이다.

광고량집계기관인 KADDNMR에 따르면, 올해 1~2월 동안 지상파 방송사(지역 방송 포함)의 3D TV 광고비는 삼성전자가 4억1400만 원, LG전자가 10억3700만 원이었고, 일간지(지역신문 포함)쪽 광고는 삼성전자 63회, LG전자 85회였다.

양사 광고에는 양측 3D TV를 겨냥한 듯한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풀HD를 강조하면서 “왜 내 3D TV는 풀HD가 아닐까”라고 말하는 원숭이를 등장시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LG전자의 3D TV가 미국 디지털TV 방송위원회가 규정한 풀 HD 영상을 구현할 수 없다는 약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원빈이 누워서 TV를 보는 장면을 담은 광고로 응수했다. 이 광고는 누워서 볼 경우 검게 변하는 삼성전자의 3D TV를 겨냥한 광고로 풀이되고 있다.

   
▲ 삼성전자 3DTV 광고

   
▲ LG 전자 3DTV 광고

주목할 대목은 광고뿐만 아니라 보도에서도 양사의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사가 셔터 안경식(삼성전자), 편광안경식(LG전자)이라는 각기 다른 3D TV 구동방식을 둘러싼 기술 논쟁을 넘어, 3D TV의 세계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는 시장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을 언론이 단순 중계하는 데 그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이들 종합일간지 지면에 실린 ‘3D TV’ 관련 기사 40건 중 상당수는 양사의 공방을 다루는 데 할애됐다. <3D TV 계속되는 헐뜯기>, <삼성전자 ‘3D TV’ 이전투구 LG전자>, <이번엔 사장끼리 설전…3D TV 전쟁 격화>, <”화질·안전 자신” 달려드는 LG “소모 논쟁 자제” 한발 빼는 삼성>와 같은 기사들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문제는 양사 입장을 대변해주는 보도는 많았지만, 정작 3D TV 자체의 현실과 실상을 주요하게 짚은 보도는 찾기 힘든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3D TV에서 얼마나 볼만한 프로그램이 있느냐가 주요 관심사인데, 상당수 언론은 콘텐츠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현재 가전업계가 3D TV 판촉에 열을 내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국제 스포츠 경기 이외에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하고 있는 3D TV용 프로그램은 아직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지금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3D TV는 ‘속 빈 강정’인 셈이다.

SBS 한 관계자는 “3D 콘텐츠의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드는데, 하반기 종편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광고는 늘지 않아 3D쪽에 제작비를 투여하는 게 쉽지 않다”며 “작년에 월드컵 앞두고 사회적으로 3D TV가 한 때 주목을 끌었지만 3D로 볼만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MBC의 한 관계자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고, 제작비가 저렴한 쇼 프로그램쪽으로만 3D TV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며 “장비가 워낙 비싸고, 당장 수익이 더 발생하는 것도 아니어서 3D 콘텐츠 제작에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3D TV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두 가전업체간의 ‘전쟁’이 아니라, 소비자의 ‘이익’에 더 방점을 찍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남표 MBC 기획조정실 전문연구위원은 “신기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기술에 대한 이용자들의 생각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3D TV를 모든 장르에서 보고 싶어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