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베 기자’ 채용에 관한 단상

[사설] ‘KBS 일베 기자’ 채용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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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각종 SNS와 홈페이지,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놓은 주장과 논리들이 넘쳐나고 있다. 정확한 사실과 근거에 의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억측에 가까운 논리를 펼치거나 양비 또는 양시론을 들어 본질을 희석시키는 주장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에게 이 주장이나 논리가 정확한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과 논리는 물론 타인의 주장과 논리에 끊임없이 댓글을 달며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소위 일베 기자라 불리는 이도 이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번 KBS의 일베 기자 채용은 ‘취업 전 일베라는 커뮤니티 활동이 임용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촉발됐다. 사측과 내부 구성원 사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사측은 결국 취업 전 개인의 사상적 활동은 법적 결격 사유가 되지 않음을 이유로 채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KBS 양대 노조와 11개의 직능단체의 일관된 채용 반대 입장 표명을 보면 내부 구성원들은 사측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놓고 있다.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베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줄임말로 처음에는 유머 게시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사회에서 배제, 혐오, 왜곡, 능욕을 그 어느 곳보다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그 정도가 심할수록 타인의 인정을 받고 관심을 받는 다시 말하면 사회 상식의 선을 넘은 곳으로 그 성격이 변해갔다. 심지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까지 조롱삼아 능욕하고 있는 곳이다. 진보 쪽 논리가 많이 공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보수 입장에서도 같은 편이라고 하기엔 모욕이고 수치다.

소외받는 계층을 배려하고 가치중립을 이야기하며 사회통합을 주장하는 공영방송 KBS가 일베 활동을 열성적으로 했던 수습기자를 입사 전 지난날의 과오라고 용서하고 품는 것은 앞서 말한 그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려 했던 구성원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도 크게 훼손 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가 저지른 과거의 잘못은 한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절대 다수의 사회 구성원에 대한 모욕이 담겨 있고, 그 영향력이 KBS라는 이미지에 투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도 궁여지책으로 대외활동이 없는 부서로 배치를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보고 싶은 것은 한 개인의 순간의 과오와 잘못은 용서받아야 하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책임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수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혔을 때는 구성원의 이해와 용서를 얻은 다음 자신의 거취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사회를 병들게 하는 배제, 혐오, 왜곡, 능욕의 가치가 공영방송 KBS라는 필터로 정화될 수 있는가’라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