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글로벌 장비 업체 성장의 계기로

[사설] 지상파 UHD 본방송, 글로벌 장비 업체 성장의 계기로

2011

[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올해는 차세대 방송 서비스인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세계 최초로 실시될 예정으로, 우리 방송 산업에 있어서 또 하나의 큰 변화를 맞는 시기다. UHD 전환은 단순히 콘텐츠의 고품질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화질(HD) 전환의 시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가전사로 도약한 것처럼, 금번 UHD 전환은 글로벌 미디어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의 정부와 가전사가 기획하고 추진하는 국가적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혁점에 우리가 먼저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실시하게 됐으며, 더 나아가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한국 방송기술의 위상을 세계에 확실히 알릴 수 있는 호기를 선점했다는 것은 큰 행운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UHD 전환 국면의 즉각적 수혜가 가전사에만 한정될까 우려스럽다. 특히 중소기업이 중심인 국내 방송 장비 업계는 주요 핵심 장비를 제작할 기술과 기반 부족으로 UHD 장비 개발에 엄두를 못 내고 있어,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도태될까 걱정스럽다. 2014년 기준 방송 장비의 국산 점유율은 31%에 이르고 있다지만, 대부분의 핵심 장비는 외산이다. 국산 장비는 대부분 모니터, 문자발생기 등 저가의 주변 장치에 머물러 있어 기술 차별성 부족으로 미래 생존을 확신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또한 R&D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한 기술 경쟁력 열세와 이에 따른 방송사 등의 국산 장비 외면, 업체 부도로 인한 A/S 불가 및 국산 장비 신뢰도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어, 개선 방안도 불분명하다. 물론 1995년 이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들이 있어 왔지만, 수요자 현실과 괴리된 전략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외산 장비들의 경쟁력만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고품질 콘텐츠는 고기능의 장비와 첨단화된 제작 기술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UHD 전환의 시작점에서 글로벌 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미디어 산업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UHD 콘텐츠를 보급하는 수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콘텐츠 제작과 함께 세계 방송 시장에서 그다음 세대의 기술과 제품을 선도할 수 있는 국내 업체를 키워내야만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이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중심으로 UHD 전환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는 이번 지상파 UHD 본방송을 계기로 국내 방송 장비 업체들이 신뢰도 높은 장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검증 과정을 거친다면 국내 업체들도 해외로 나아갈 수 있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만큼 초기 사업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상파 방송사와 정부, 가전사, 중소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 간 긴밀한 협력과 상생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UHD 활성화 법 제정 등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하고, 지상파와 가전사도 국내 업체들과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방송법에는 ‘방송기술의 연구와 개발에 예산을 책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취지에 부합되게 방송사도 차세대 표준 주도, 제조사와 공동 연구 등에 적극 참여해 국내 방송기술 활성화를 통한 미디어 산업 발전의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