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중간 광고 제한,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

[사설] 지상파 중간 광고 제한,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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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지난 국정감사에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상파 중간 광고를 임기 내 허용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이후, 지상파 방송사뿐만 아니라 신문협회, 야당 등 각계에서 입장에 따라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지상파 방송사는 1974년 이후 지속해서 중간 광고 허용을 주장해왔으며 특히 올해 들어 급격히 감소하는 광고 수익 악화에 대응하고 UHD 본방송을 위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이번에는 반드시 역차별적인 중간 광고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3사와 결합판매로 지원받고 있는 지역민방, 종교 방송, 중소지역 라디오 등의 경영 위기를 타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에 반해 종합편성채널의 최대주주가 소속된 신문협회에서는 10월 18일 협회보를 통해 “지상파에 대한 특혜다. 중간 광고 허용에 앞서 방만 경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치권 일부에서는 “규제 완화로 오히려 협찬과 간접 광고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공정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시청자 권리와 이익을 침해한다” 등 다양한 조건을 붙여서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은 오픈된 경쟁 체제를 장려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해 자국내 논쟁 시간을 줄이고, 넷플릭스, BBC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는 미국, 영국 등 미디어 선도국가의 상황과 무척 대조적이다.

중간 광고를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매체에 허용한 것은 과거 지상파 독과점 시대에 종편과 케이블을 지원하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그런 과거는 사라졌고 현재 환경은 바뀌었다. 종편과 케이블은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반면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5%대로 예상되며 연일 위기론이 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1사 1랩, 중간 광고 허용, 낮은 자체 의무 편성 비율, 의무 전송 등 종편과 케이블에 주어진 특혜는 역차별을 불러일으키고 한류를 선도했던 지상파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넷플릭스가 만든 콘텐츠가 전 세계적 이슈를 만들고, 미국 통신업체 AT&T가 종합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를 인수하며 콘텐츠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세계 속에서 경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 이런 글로벌 경쟁 시대에 한류의 첨병인 지상파의 쇠락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여러 미디어 기업이 한정된 국내 광고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며 스스로를 소모시키고, 종국에는 모든 미디어 기업의 하향평준화를 유도하는 정책은 지금이라도 필히 수정돼야 한다. 일부에게 이득을 주기 위한 비대칭 규제와 주고받기식 정치 해법으로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형성할 수 없으며 한류의 세계화에도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미디어 기업의 성장을 제한하는 모든 규제를 풀고 자연적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시장의 안정적 기반을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과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함양해야 한다. 오랜 기간 불필요한 논쟁만 낳고 있는 ‘지상파 중간 광고 제한 해제’가 그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