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기를 바라는 참으로 웃픈(?) 상황

[사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기를 바라는 참으로 웃픈(?)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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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유주열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기를 바라는 형국, 현재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의 추진 상황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본방송 일정대로라면 앞으로 두 달여 정도가 남아있다. 각계에서는 성공적인 본방송 서비스를 위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성공적 결과를 위해서는 정부, 방송사, 가전사 등 각계의 긴밀한 협조 및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것도 ‘세계 최초’라는 영예를 위해서는.

각 지상파방송 4사에서는 정해진 일정에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백방으로 뛰고 있는 실정이다. 두 달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일부 방송사에서는 송신기를 공수해 송신소로 올리기도 하고, 막바지 헤드엔드 시스템 테스트, UHD 주조정실 시설, UHD 중계차 시설 등 기술 부문에서는 거의 이 부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마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방송사 얘기지 이보다도 진행 속도가 늦은 곳도 있는 듯하다. 이 와중에 반가운 소식은 지난 12월 15일 SBS에서는 4K 중계차를 이용한 ‘ISU 쇼트트랙 월드컵’을 생중계하는 등 발 빠른 행보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7월 지상파 UHD 전송 방식이 결정된 이후, 방송 장비 개발이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 보니 장비 조달 문제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세계 최초의 전송 방식 구현이다 보니 전송의 핵심 시설인 송신기 및 헤드엔드 시설 정합 또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물리적, 시간적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물밑에서 각자 맡은바 최선을 다하는 것과 본방송 개시 데드라인에 맞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가까스로 흉내만 내는 것과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이긴 하지만.

가전사의 입장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가전사 나름의 시간 로드맵을 가지고 내년 2월까지는 수상기를 보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도 어찌 보면 면피성 답변으로 보인다. 통상 가전제품의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는 테스트 단계만 해도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내년 2월 본방송을 개시한다고 해 대다수 시청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2월에 매장으로 달려가 수상기를 대규모로 사지도 않을 것이다. 기한에 가까스로 맞춰 시제품 수준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친 완전한 수상기를 보급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직접 수신 환경 개선에 필수적인 안테나 내장 문제, 콘텐츠 보호 문제 등 많은 부분에서 아직도 미해결 과제가 남아 있는 것 또한 큰 문제다.

이 절박하고 중대한 사안을 놓고 관련 업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촉박한 일정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도입’이라는 담론에 가려 물리적인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UHD 방송을 부실하게 시작하면 향후 더 큰 위험 비용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모두가 솔직해져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방송사와 가전사는 정부와 약속한 일정에 맞추지 못할 것에 대한 책임 소재 때문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정부는 실적 내기에 급급해 일정 조정 등의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다. 정부도 이제는 밀어붙이기를 지양하고 각계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준비가 제대로 못된 부분은 무엇 때문인지, 그렇다면 내년 2월에는 가능할 것인지, 가능하다면 어느 수준에서 가능한 것인지 등등에 대한 다각적이고 솔직한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상황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것과 유사해 참으로 웃픈(?)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