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말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다워질 수 있는 적기다

[사설] 지금이야말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다워질 수 있는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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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지난해 말까지 매듭짓지 못했던 언론장악방지법 문제가 다시 논의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월 18일 오후 2시 미방위 전체회의장에서 공청회를 열고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9개 법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방송법을 재설계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는 작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 논란 속에서 KBS, MBC 등 공영방송이 ‘언론 공범’으로 꼽히며 지탄의 대상이 되자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언론장악방지법의 핵심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확보와 공정성 보장을 위해, KBS, EBS, MBC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진을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 등 13명으로 비율을 통일하고, 사장 선임 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다수제와 사장 추천위원회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영방송의 이사진은 KBS의 경우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MBC는 여당 6명, 야당 3명)의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이런 이사진 구성은 사장 선임과 보도 방향에 있어서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지속적으로 키웠으며, 이정현(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새누리당 전 대표의 KBS 보도 개입, MBC 김재철 사장의 시용기자 도입, 낙하산 사장 반대로 인한 YTN 기자 해직 등의 편향성 의심을 거쳐, 결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인식되며 개혁 대상의 핵심 쟁점이 됐다.

이제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는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처리 과정에 달려있다. 그러나 법안소위가 열린다 하더라도 법안 처리가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2016년 새누리당에 의해 논의조차 안 됐던 언론장악방지법이 바른정당의 창당으로 희망스럽게 보이긴 했었지만,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이 ‘방송법의 경우 이사를 몇 명 하느냐, 이런 지배구조를 왜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하느냐’는 의견을 피력하며 방송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법을 담당하는 국회 정당이 방송법 개혁을 왜 정치권에서 해야 하느냐고 언급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개혁 보수를 외치며 신설된 바른정당이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망가진 공영방송의 신뢰도와 공영성 회복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당의 이익을 개입시켜서는 안 되리라고 본다.

방송법 제1장 총칙에서 ‘이 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 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및 국민 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돼 있다. 그러나 언론도 공범이라는 말이 횡횡하는 현재의 상황을 비춰본다면 공영방송이 시청자의 권익 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및 국민 문화의 향상 도모에는 실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법의 준수를 책임져야 할 집행기관이라면 현실의 문제를 파악하고 법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옳은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도 이에 대한 개정 요구는 수차례 진행돼 왔으나, 매번 정권 탄생 후에는 유야무야 사라졌다. 이에 대한 손해는 KBS, MBC 등 공영방송 구성원과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공영방송을 여야 누구 편이냐? 진보냐? 보수냐? 하는 문제로 방치시켜선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민주적 여론 형성과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법 정신에 입각해 언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상화할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