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그 긴박했던 현장속으로

백령도, 그 긴박했던 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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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 여가 지났다. 다시 한 번 안타깝게 고인이 되어 돌아온 천안함 승조원들의 명복을 빌며 또한 그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를 전한다.

 천안함의 초기 침몰 현장에서부터 영결식이 있었던 지난달 29일까지 많은 국민들은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사고 현장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현장 모습을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현지에서 이루어진 중계방송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뉴스특보 중계를 위해 현지에 급파된 KBS중계기술국 팀원들은 정확한 현장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시시각각 변하는 인양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그에 맞추어 중계위치와 거점을 수시로 옮겨 다녔고, 더 다양하고 자세한 현장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중계기술국이 보유한 수많은 중계장비를 현지에 투입하였다. 타사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가기 위해 펼쳐진 방송사 간의 보도 경쟁의 결과는 안방에서 초조하게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모습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 긴박했던 순간을 글로서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짧게나마 지면을 통해 그 시간을 돌이켜본다. 

백령도에서 첫 방송까지
 

3월26일 밤10시경 중계기술국에 긴급한 연락이 들어왔다. 백령도 근방에서 천안함이 침몰되어 현장에서 긴급히 뉴스를 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Rack등을 탈착한 후 구성한 Flyaway System

기존 송출SNG밴 내부모습

 긴급호출 당시 중계기술국은 마라톤 및 안나푸르나 방송 등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 제작으로 인해 방송자원이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그나마 긴급뉴스 대기상태로 있던 중계차는 SNG뉴스밴과 송출SNG밴 2대뿐이었다. 하지만 27일 토요일 백령도로 들어가는 배에 차를 싣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당장 토요일 뉴스속보에 맞추어 방송을 제작해야 하는데 중계차가 화물선을 통해 백령도까지 들어가는데 14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동중계(Fly-away)시스템을 구성하여 아침 8시 여객선을 통해 백령도에 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백령도에서 중계회선은 오직 SNG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득이 하게 SNG밴에서 SNG 안테나를 제외한 모든 RACK과 장비를 분해하여 이동 중계 시스템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Portable SNG 안테나와 방송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을 싣고 도착한 백령도.

 뉴스중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신속성이다. 이를 위해 현 상태에서 사건 현장을 가장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곳을 선정하여 방송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착 당시 다행히 백령도에 거주하고 계시는 퇴직 선배님의 도움으로 침몰 현장 최초 발견 장소가 잘 보이는 장촌포구 근처에서 성공적으로 첫 방송을 시작 할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이번 천안함 사고를 국민들에게 보다 빨리 전달하기 위해 백령도 현장에서 보여진 언론사 간의 경쟁은 치열한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타 방송사에서 시도할 때 그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더 나은 장비를 준비하였고, 이런 과정 속에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반복되었다. 이러한 경쟁이 시청자들에게 보다 더 나은 영상을 전달해 주기 위해 힘쓴 모든 팀원들의 노력의 밑거름이자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KBS 중계기술국에서는 천안함 뉴스 중계를 위해 SNG중계차와 송출SNG밴을 비롯하여 OFDM, MPEG-4 En/Decoder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중계 장비를 동원했다.

 이를 잘 활용하여 타사보다 빠르고 정확한 뉴스를 보내기 위해 중계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중계거점의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 외에도 기자와 카메라맨 등 모든 스텝간의 정보교류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입증한 최고의 특종이 바로 4월12일에 있었던 함미를 수면이 낮은 해안방향으로 옮기는 장면이었다. 당시 많은 스텝회의를 통해 현지 중계기술팀은 함미와 함수 인양 시 필요한 여러 중계 장소를 사전에 물색해 두고 있었고, 각 장소에서 어떻게 방송을 제작할 것인지도 고려해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때마침 함미를 옮기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를 화면에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식수댐 근처였다. 하지만 이곳은 중계차가 접근하기 힘든 장소였고, 결국 M/W 전송장비 중 촬영기자의 카메라 소스를 곧바로 송출할 수 있는 OFDM M/W장비를 이용하여 SNG밴을 통해 본사로 송출할 수 있었으며 그 장면은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되었다. 사고 발생 16일 만에 모든 국민이 궁금해 하던 침몰된 천안함의 함미 부분을 KBS단독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당시 뉴스특보 화면

 

The magic of OFDM

 백령도 중계를 통해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방송국 내에서도 수없이 회자되었던 말이 바로 OFDM이다. 과연 OFDM이 뭐길래 중계차가 접근할 수 없는 산이나 바다위의 선박에서도 방송을 가능케 하는가 하고 말이다. OFDM은 공학도라면 통신공학과 관련된 대학 강의 시간에 많이 들어봤을 만한 전송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LOS(line of sight)방식의  고정형 M/W방식이 아닌 여러 반송파를 통해 들어오는 신호를 바탕으로 전송로를 구성하기 때문에 때론 장애물에 가려지거나 흔들리는 경우에도 안정적인 송수신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런 이유로 그 동안 마라톤과 같은 이동중계에서 많이 쓰여 왔으나 이번 백령도 뉴스중계에서 보듯이 보도 분야에서 그 탁월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천안함을 보여주기 위해 때론 바다의 배 위에서, 산속에서 다양한 장면을 OFDM M/W를 통해 중계차나 SNG를 경유하여 시청자에게 전달함으로서 현장중심의 뉴스를 생생히 전달할 수 있었다.

선상 생방송을 위해 설치한 OFDM 수신기

 


마치며

 백령도에서 천안함 사고 중계를 시작하면서부터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현장의 정확한 사실을 전하기 위해 맡은 바 책무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타사보다 한 발 먼저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통해 현장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보다 나은 고품질의 방송을 제공하였다. 이 모든 바탕에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고자 하는  KBS 중계기술국 직원 하나하나의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어느 현장에서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가진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할 거라 확신하며… KBS 중계기술국 파이팅!!!


 

KBS 중계기술국 최해동

선상에 설치한 OFDM 송신기

함미이동시 OFDM을 이용한 중계현장 모습

백령도 주요 중계 포인트 및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