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출발은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출발은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추혜선 의원 “권력이 아닌 국민의 방송으로 만드는 일 포기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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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전숙희 기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놓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이 ‘언론장악방지법 처리’, ‘안건조정위원 즉각 선임’, ‘신상진 미방위원장 사퇴’ 등의 푯말을 들고 릴레이 농성까지 벌였지만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다. 자유한국당은 “야당과 노동조합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며 언론장악방지법 처리는커녕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언론학 대표 3학회 등 관련 전문가들은 언론장악방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언론도 공범’이라는 촛불 민심에 따르기 위해선 무조건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2월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미방위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언론 3학회, 언론개혁시민연대, 공공미디어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국민 주권 실현을 위한 방송‧통신 개혁 과제 연속 토론회 1차-공영방송, 권력의 품에서 국민의 품으로’에서도 언론장악방지법의 필요성과 통과 의지는 재확인됐다.

미방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공영방송이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했다면 지금과 같은 엄청난 국정농단은 막을 수 있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국민적 요구인 언론 개혁은 공영방송 정상화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인사말을 했다. 박 의원은 “이제 여당이든 야당이든, 권력을 잡은 세력이 자신의 홍보나 확장을 위한 도구로 언론이나 방송을 장악하려는 낡은 질서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말 그대로 방송을 권력의 품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는 점에서 언론장악방지법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횡포로 언론장악방지법이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며 “그 사이 MBC에선 ‘알박기’ 사장 선임이 이뤄졌고, KBS에서는 ‘잡포스팅’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인들이 한직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국민의 알권리와 올바른 여론 형성, 그리고 방송의 공적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공영방송을 권력이 아닌 국민의 방송으로 만드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언론장악방지법에서 사장추천위원회, 여야 동수 추천 이사회,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을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마련한 점은 의미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물론 언론장악방지법에 포함된 내용들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완전한 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 시스템으로 문제가 나타났고 그로 인해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이 훼손됐다면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실적 혹은 단기적 개선 방안으로 (언론장악방지법에) 제시된 제안들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도 “우리의 논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서 시작돼야 하지만 그것은 출발점일뿐 도착점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오늘 토론회의 제목도 공영방송을 어떻게 ‘국회의 품’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되돌릴까다”라고 말했다. 언론장악방지법 통과가 끝이 아닌 논의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언론장악방지법에 담긴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특히 몇몇의 토론자들은 정당 추천 방식에 의문을 표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는 “독일 공영방송도 정당 추천 방식을 도입했다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자신을 추천해준 정당의 편을 드느라 정치화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차라리 이 부분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대식 KBS 대외정책부 연구원도 고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개정안을 보면 공영방송 이사진을 모두 국회가 추천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독립을 명시한 방송법 목적에 취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격도 방송에 관한 전문성, 지역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 등 굉장히 포괄적이기 때문에 ‘정치적이지만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임명했다’는 게 가능하다”며 “전문성이 무엇인지, 대표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방송법에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혜 대구대 교수는 “국회가 대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천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봤으니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언론계와 학계 등으로 내부 청문회를 마련해서 내부 청문회를 통과한 사람만 국회가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야당, 학계, 업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대다수는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 그 무엇보다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언론장악방지법은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올해만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된 토론회에 10번 정도 나온 것 같다”며 “요즘 드는 고민은 모델 자체의 적합성이 아니라 도대체 지금 이 시기에 왜 아직도 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느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