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시행령 개정, 지금은 때가 아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지금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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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시행령 개정, 지금은 때가 아니다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방송기술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기술’ 만은 아닌 듯싶다. 방송기술도 방송관련 법제 내에서 활동 가능한 탓이다. 그 법이 ‘방송법’ 이고 이 법의 위임 대상이 ‘시행령’ 이’다. 지난 2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술인협회를 비롯한 직능단체, 그리고 언론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체 시행령은 무엇을 담고 있어 시끄러운가? 
개정안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지상파방송, 보도∙종합편성 P∙P 사업이 금지된 대기업 기준을 대폭 완화 하는 것. △ 케이블 SO의 겸영범위 확대. △케이블 SO와 위성방송의 최소 의무송출 채널 수 축소. △ 지상파 DMB 의무 운용채널 확대다. 
이중 제일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허용하는 대기업 기준완화다. 방송법에는 대기업이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채널 사업에 지분을 소유하거나 겸영할 수 없도록 했다. 그리고 대기업의 기준을 자산규모 3조원 이상으로 정했다. 제계순위 59위 까지는 이런 종류의 방송에 진출할 수 없다. 이유는 기업이 시청자의 이익보다 특정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여 여론과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통위가 대기업 기준을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으로 변경한다. 방송 진출이 금지되는 대기업이 69개에서 23개로 축소된다. 알만한 재벌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허용한다. 
대기업 기준완화는 단순히 대기업의 방송진출이 아니다. 보도와 종합편성 채널의 추가 승인과 허용을 뜻한다. 현재 보도 전문채널은 YTN, MBN 단 두 곳이고 종합편성채널은 아직 승인된 적이 없다.
종합편성채널은 KBS, MBC, SBS와 같이 보도, 시사, 교양, 연예, 오락, 드라마 등 모든 장르를 편성한다. 단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과 위성으로 방송할 뿐 이다. 종합편성 채널은 전국 TV 시청가구의 83%가 가입된 케이블과 위성에 자동으로 송출되고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한다. 또 중간광고, 방송사직접 광고영업, 편성의 자율성 등이 보장되어 엄격한 규제로 공공성 실현 의무를 부여받는 지상파와 시장경쟁 우위에 있다. 대기업 기준완화 부작용의 요인이다. 
상업광고를 주재원으로 하는 지상파방송은 현재 재원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방송광고시장은 정체되었거나 소폭성장추세다. 방송 3사 광고매출액은 오히려 연간 삼천억 원이 감소하는 실정이다. 도입될 종합편성채널은 정체된 방송광고시장에서 지상파와 경쟁하게 된다. 지상파방송의 재원은 또 다른 경쟁자로 인해 감소가 뻔하다. 무료 공공서비스 의무를 실현하는 지상파라도 시청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상파의 프로그램 질 하락은 결국 시청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통제, 장악 음모가 드러난다. 최근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판하는 등 지상파방송은 정권에 비협조적이다. 정권은 이제 지상파를 고립시키고 이를 대신할 매체가 필요하게 되었다. 대기업 자본으로 지상파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종합편성채널이 맞춤이다. 대기업은 이윤보장을 위해 정치권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원하고 정치권력은 정권에 순치하는 방송을 요구한다. 
KBS-2TV 분리, MBC 민영화를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이 짙다. 양대 방송사 민영화에 투입될 상업 자본은 대기업 외에는 없다. 그러나 대기업은 주요 방송의 소유가 금지된 방송법 적용을 받아 인수할 수 없다. 대기업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KBS-2TV, MBC를 인수할 기업을 미리확보 하자는 계산이다.
시행령은 케이블 SO의 규제를 확 풀어 버렸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후발 IPTV 보다 독과점을 형성하며 이미 성공한 케이블 SO에게 우월적 지배력을 강고히 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방통위는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케이블 SO의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시행령 개정안이 케이블 SO 특혜법 개악이란 말의 이유다. 
이명박 정권은 유료방송의 규제를 풀어 방송의 상업화를 확산하고 있다. 반면 무료방송에는 애써 무관심함으로써 지상파를 규제하고 있다. 반대로 취해야 할 정책이다.
방통위는 대기업과 케이블 SO에 여론형성 효력이 뛰어난 방송을 서둘러 허용할 때가 아니다. 재벌 대기업이 방송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여 방송에 투여되는 상업자본의 성격과 크기를 논의를 조직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