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靑 대변인 임명, 후폭풍 상당하다

민경욱 靑 대변인 임명, 후폭풍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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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이던 청와대 대변인에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가 내정됐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이에 앞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5일 “박근혜 대통령이 민경욱 전 앵커를 새 대변인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 수석은 “민 대변인은 워싱턴 특파원을 포함해 다년간 방송기자와 뉴스 진행자로서 활동해온 분”이라며 “풍부한 언론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국민께 잘 전달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

하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당장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논평을 내고 “청와대 대변인 시킬 사람이 그리도 없었나”고 지적하는 한편, “말 그대로 오늘의 황당뉴스 감이다”고 개탄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민 전 앵커는 오늘 아침까지 KBS 보도국 편집회의에 문화부장의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아직 다니던 회사에서 사표 수리도 되지 않았는데 정권의 따뜻한 햇살을 한시라도 빨리 쬐겠다고 꽃가마에 올라탄 격이다. 한솥밥을 먹던 언론노동자의 입장에서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기자의 자존심마저 헌신짝처럼 버린 것 같아 자괴감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며 청와대의 민경욱 대변인 임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에 대해 “위키리크스가 2011년 9월 공개한 미국 국무부 기밀 외교전문에 포함된 민 전 앵커 관련 내용을 보면 이미 답은 나왔다. 2007년 대선 당시 KBS 시사보도팀 기자이던 민 전 앵커는 "내가 만난 이명박을 잘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명박이 ‘매우 깨끗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가 도덕성보다는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후보가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이 끝난 뒤 방송하려고 준비하던 대선후보자 관련 다큐멘터리 내용에 대해 말하며 주관적인 대선 전망까지 밝힌 것이다. 기자라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미국 간첩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망측한 행동이란 말인가”고 지적했다.

2000년 입사한 KBS 27기 기자들도 사내 게시판을 통해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KBS 앵커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앉히겠다는 발상이 경악스럽다"며 "KBS 뉴스를 만드는 이들은 언제든 정권과 한 몸이 될 수 있는 자들로 비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 새 대변인에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가 임명됨에 따라 공교롭게도 지상파 방송 3사 뉴스 앵커 출신들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민주당의 얼굴로 나서게 된 점이 특이하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홍지만 원내 대변인은 SBS 보도국 기자 출신이며,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MBC 앵커 출신이다. 여기에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가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지상파 방송 3사 뉴스 앵커들은 청와대(KBS)-여당(SBS)-야당(MBC)에 둥지를 틀었다.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는 지난 1991년 KBS 공채 18기 기자로 입사해 KBS ‘뉴스9’, ‘생방송 심야토론’, ‘KBS 열린토론’ 진행자 등으로 활약했고, 임명 직전까지 KBS 문화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