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Media Rep.)에 대한 소고

미디어렙(Media Rep.)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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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Media Rep.)에 대한 소고


미디어렙이란 미디어 레프리젠터티브(Media Representative)의 줄임말이다. 이 미디어렙의 의미는, 방송국이나 신문사같은 매스 미디어(mass media)를 대신해 광고회사를 상대로 광고수주를 대행해 주는 기관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공식적으로 유일한 미디어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공사는 1980년 <언론기본법> 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많은 오해와 의심을 낳았던 기관이다. 방송기관의 광고수주업무를 총괄하고 독점함으로써 정부의 정치자금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심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방송광고공사가 나름대로 방송의 발전과 방송광고영업의 현대화와 과학화에많은 기여를 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방송광고단가 책정에 있어서의 과학적인 데이터분석, 계산 및 단가산출방식의 전문화 및 과학화는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광고시장의 메카인 미국에서는 방송광고공사와 같은 미디어렙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방송사들이 각기 알아서 광고영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와 같은 미디어렙 시스템이 미국시장에도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의 틀을 바꿔, 우리나라에서 미디어렙이 운영되면서 생기는 여러 오해와 진실들을 신중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로부터 최근의 민영 미디어렙 논의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광고영업을 대행해 주고 챙기는 대행수수료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각 방송사들이 각자 광고영업을 해왔다면 이 수수료는 필요 없는 것이며, 공사에 지급되어지는 수수료의 액수만큼 현재 각 방송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광고공사는 이 수수료 수입을 통해서 많은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운영경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방송발전기금을 마련하여, 작은 방송사 및 공익 적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P사 (Program Provider)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PD들이나 기자들의 해외연수에도 일부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광고관련 학회나 유관기관들에까지도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공익사업은, 각 방송사들이 독자적으로 광고영업을 수행할 때에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 과연 옳은 일인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방송광고공사의 역할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불필요한 기능을 가진 제거대상의 기관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방송과 광고관련 공익사업의 여파를 고려해 본다면, 결코 쉽게 제거할 수 없는 긍정적 차원의 기능이 많은 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방송광고공사의 위상 및 존폐여부를 심각히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신중한 판단이 요해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방송광고공사가 광고영업을 독점함으로써 방송광고 판매행위에 부당한 요소들이 개입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2010년 월드컵축구 중계에 광고를 하고 싶은 기업들이, 방송광고공사의 영업부서의 요청에 의해 비인기 프로그램에도 울며겨자먹기 형태로 광고를 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한 관행은 방송광고공사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부당한 영업행위를 소위 “끼워팔기”라고 부르는데, 이런 식의 영업행위로 인한 폐해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강제로 끼워팔기 방식이 아닌 패키지(package) 판매방식을 통해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에 광고하게 될 경우에는 할인혜택을 줌으로써 공정한 거래방식을 취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각 방송사들이 각기 광고영업을 한다면 누구 측에게 유리할까? 아마도 방송사 측이 더 불리할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광고회사들은 여러 방송사의 영업부서를 상대하면서 줄타기를 하는 가운데 광고가격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가 쉬어질 것이다. 방송사들은 그러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역할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정부가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해체한다할 지라도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광고영업을 분리해서 미디어렙을 따로 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방송광고공사가 KBS와 MBC 혹은 EBS와 같은 공영방송들만을 위한 미디어렙으로만 존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원래 방송광고공사가 설립된 이유가 방송의 공공성 때문에 출발한 것이라면, 공영방송을 위한 미디어렙으로만 존속하도록 하고, 민영방송을 위해선 미디어렙을 설치하지 말고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광고영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