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현행유지’ … OBS 죽이기

미디어렙 ‘현행유지’ … OBS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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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광고 결합판매 고시(이하 미디어렙 고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경기‧인천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OBS와 시민사회단체는 “현행대로라면 OBS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방통위는 OBS 죽이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2일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와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지상파 3사 방송광고를 대행 판매할 때 중소 방송사‧네트워크 지역 방송사와 배분해야 하는 결합판매 비율을 재고시했다.

방통위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하게 KBS와 MBC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코바코는 지상파 광고매출액 대비 12.2954%, SBS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미디어크리에이트는 7.9598%를 결합판매로 지원토록 했다.

여기서 말하는 ‘결합판매 비율’은 총 광고 판매액 중 중소 방송사에 돌아가는 몫을 의미한다. 방송광고 결합판매는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가 KBS, MBC, SBS의 광고를 대행 판매할 때 중소 방송사와 네트워크 지역 방송사의 광고를 같이 판매하는 것으로 지난해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법제화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중소 방송사와 지역 방송사에 대한 결합판매 지원 실적을 점검한 결과,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 모두 법정 지원 비율을 충족해 지원했다”면서 “중소 방송사와 지역 방송사 개별로 지원해야 할 최소 지원규모를 정한 뒤 함께 고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에 지정된 결합판매 지원 매체 부분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미디어렙 고시를 제정하면서 코바코에 △EBS △CBS △지역MBC(18개사) △YTN 라디오 △경인방송 △경인라디오 △경기방송 △평화방송 △극동방송 △불교방송 △원음방송 △영어방송 등의 결합판매를 지원토록 했고,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에는 △지역민방(9개사)과 △OBS의 결합판매를 지원하도록 정했다. 방통위가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각 미디어렙이 지원하는 매체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중 문제는 OBS다.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OBS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OBS 생존과 시청자 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방통위가 심각한 광고 차별을 받고 있는 OBS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OBS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정책결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2011년 OBS 역외재전송시 시장영향평가 예측 광고 매출을 514억 원으로 발표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OBS노동조합도 “미디어렙 체제 도입 이후 OBS 광고비가 줄었다. OBS에 대한 정책 차별의 결정판인 기존 고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OBS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노조는 모든 것을 걸고 생존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OBS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OBS의 광고수익은 274억 원으로 미디어렙 체제 도입 전인 2011년 281억 원보다 더 줄어들었다. 중소방송사를 살리겠다고 마련한 미디어렙 체제가 오히려 보호대상인 중소방송사의 수익을 떨어뜨린 것이다.

이에 학계를 중심으로 한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2의 경인방송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공익적 민영방송’을 표방한 OBS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박종수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올해 OBS의 광고 판매 목표액은 약 300억 원인데 8월까지 실적은 185.2억 원으로 정상적인 달성율 66%에도 못 미치는 60.8%다. 애초 방통위원가 1공영 1민영 체제에서 OBS의 광고를 SBS가 최대주주인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맡기면서 우려했던 판매대행 불이익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OBS의 광고 대행을 미디어크리에이트가 맡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미디어렙 재고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4일부터 20일 간 ‘행정예고’를 실시한 후 11월 초 방통위 의결을 거쳐 ‘2013년도 미디어렙 고시’를 시행한다는 입장이어서 미디어렙 재고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