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제국’에 부는 OTT 바람…디즈니, 사업 재편 발표 ...

‘문화제국’에 부는 OTT 바람…디즈니, 사업 재편 발표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제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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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문화제국’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 월트디즈니컴퍼니가 OTT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디즈니는 소비자 직접 판매(Direct-to-Consumer, D2C) 사업을 전략적으로 가속할 것이라며 콘텐츠 배급, 광고 판매, 디즈니플러스 등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배급’ 부문으로 통합 운영한다고 밝혔다.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콘텐츠 제작과 배급을 구분해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작팀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동안 영화관, 유료방송, TV 채널, OTT 등 다양한 플랫폼 가운데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선정해 콘텐츠를 배급하겠다는 것이다.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배급 부문은 소비자 상품 부문을 관장해 온 카림 대니얼이 맡는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대니얼은 디즈니 최고책임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부서장이 된 첫 번째 흑인이다.

차펙은 CEO는 “D2C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콘텐츠를 가장 최상의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러한 역할에 카림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한, 디즈니는 이미 디즈니플러스, 훌루(Hulu), ESPN플러스 등의 OTT를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OTT인 스타(Star)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디즈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영화관이 문을 닫고 최근 출시한 영화들도 큰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 자체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 역시 타격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여전히 문을 닫은 상황이며 재개장한 곳들의 방문객 수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8월 발표에서 올해 2/4분기에 47억 2,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고 밝혔으며, 이후 미국 내 디즈니랜드 직원 28,000명을 해고하면서 비상경영에 나섰다.

디즈니는 OTT 사업에 전념하라는 투자자들의 주문을 받기도 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대니얼 로브 서드포인트 대표는 디즈니에 배당용으로 적립한 자금 30억 달러를 OTT에 투자해 달라고 했다. 서드포인트는 미국의 헤지펀드로, 550만주, 6억 7,600만 달러(한화 약 7796억 원) 규모의 디즈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0.3%에 해당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로브 대표는 디즈니가 몇 년 안에 넷플릭스의 구독자 숫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마차에서 자동차로 진화하듯이 OTT에 전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디어 산업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 개봉용 영화 산업에서 벗어나 “집 안의 영화관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플러스는 8월 기준으로 유료 가입자 수 6,000만 명을 기록했으며, 훌루, ESPN플러스의 가입자 수를 더하면 1억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업 재편에 대해 차펙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라고 규정하지는 않겠다”며 “코로나19가 가속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일어날 변화”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 재편 계획을 발표한 뒤 디즈니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6%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