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를 꿈꾸며

마린보이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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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면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매일 같은 시간에 듣는 알람소리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에겐 알람과의 싸움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비벼가며 옷을 주섬주섬 입고 모자를 눌러 쓴 채 집을 나선다. 지난 1년간 새벽마다 찾아가는 그 곳은 부평국민체육센터에 있는 실내수영장!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 샤워를 하고 입수 전 체조를 하고 수영장으로 입수! 물이 차다.

알람소리처럼 매일 수영장 입수할 때 온몸으로 전해지는 물의 차가움은 여전히 익숙치않다.

 

수영을 시작하기 전의 생활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하루하루는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 해야만 하는 반복되는 일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다. 회사 업무를 할 땐 열심이었고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으며 자기개발을 위해 틈틈이 공부도 하고 동료들, 친구들과 밤늦게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기도 하고 교대근무를 하다보니(당시는 라디오 송출제작부에서 교대근무를 했음)늘 모자라는 잠을 채우기도 했다. 물론 그런 반복되는 모든 일들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의미있고 소중한 일이란 것을 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반복되는 일 자체에서 오는 피로감으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생활 중 지쳐가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뭔가가 필요했고 그런 와중에 선배로부터 수영을 배워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게 1년 전 작년 여름, 내 나이 서른하고 반이 지나갈 때다. 가만 생각해 보니 서른이 다 되도록 어디 내세우거나 얘기를 공유할 만큼 운동을 제대로 해 본적이 없었다. 아니 어떤 한 운동에 매니아가 되 본적이 없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농구, 축구, 야구, 탁구, 배드민턴 등등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꽤 즐기면서 했었으니 말이다.

 

수영은 태어나서 배워 본적도 없고 한여름에만 가는 물놀이에서는 물장구치는 수준의 수영만을 하는 나로서는 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아님 일상을 벗어나서 새롭게 무엇을 한다는 것에 대한 귀찮음 때문이었을까?

수영 등록을 하는 데 많이 망설였던 생각이 난다. 2~3일 고민 후 그래도 과감(?)하게(수영을 제안했던 선배가 개인사정으로 등록을 못했다) 혼자 수영등록을 했다.

 

그래서 그런가? 수영 등록을 하고 첫날 수업을 난 아직 잊지 못한다.

몸을 물속에서 띄운다는 그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힘을 뺀다고 해도 자꾸만 가라앉는 내 몸. 몸을 가눌 수 없는…몸을 자꾸만 가라앉게 하는 그 중력의 느낌. ‘음~파~~음~파~~‘라고 호흡법을 배워 따라하지만 자꾸만 호흡은커녕 물(락스냄새 나는)만 뱃속으로 들어오는 상황과 그 불쾌한 느낌.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늘 보던 얼굴들이 아닌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낯선 얼굴들. 그렇게 수영강습의 첫 날은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설레임으로 시작했다.

 

한 2주일간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수영을 했는데 첫 고비가 왔다.

수영을 시작하면 자유형 발차기와 호흡을 가장 먼저 배운다. 한동안 이 동작을 반복하여 충분히 연습이 되면 자유형 팔젓기를 배운다. 킥판(부메랑처럼 생긴 스펀지)을 잡고 발차기와 호흡을 하면서 자유형 팔젓기로 25m가 되는 레인을 왕복하는 연습을 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25m를 한번에 가는 것이 버겁다. 호흡은 힘드니 몸에 자꾸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보면 몸은 물속으로 자꾸 들어가고 더욱 더 호흡은 힘들어지면서 몸은 더욱 물 깊숙이 가라앉는 악순환이 발생 되는 것이다. 2주간 너무 열심히 했나보다. 의욕만 앞섰나보다. 감기가 오고 어깨와 목 결림 그리고 두통이 심하게 와서 2주만에 수영장을 못 가는 상황이 왔다. 서른이 되도록 병원가본 기억이 안 날 만큼 건강했는데 너무 심하게 감기에 걸려 병원을 방문하니 의사선생님 왈 “비염이 심하시네요…수영하지 마세요!” 그 동안 물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2주간 치료 받으면서 생각을 했다. ‘수영! 이걸 계속해야 되는 거야? 아님 그만 둬야 하는거야? 나에게 수영이 안 맞는거 아니야?’ 설레임으로 시작한 수영인데…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내 몸이 망가지는 일이 있더라도 내 꼭 1년은 수영을 할 테다’ 1년이란 생각을 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1년 정도 해야 어디가서 ‘제 취미는 수영입니다’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수영을 한지 딱 1년이 지났다. 현재는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을 그럴싸하게 구사하고 스타트와 플립턴(반환점에서 180도 돌아서 턴하는 방법) 그리고 입영을 하는 수준에 도달 해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처음에 자유형으로 25m를 한번에 왕복했을 때 수영 다 배운 느낌이었는데 현재 수준에 도달해 보고나니 아기가 이제 걸음마 띈 느낌이라고 할까? 걸음마를 떼고 나니 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운동에 있어 끝과 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겪으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목표는 높게 정하고 싶어졌다. 다음 목표는 라이프가드 자격증이다! 자격증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나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고 즐거움을 맞보고 싶을 뿐이다.

 

수영은 전신유산소운동으로 전신의 지방을 태우며 전신의 모든 관절을 사용한다. 그래서 수영을 하게 되면 남녀노소 관계없이 몸매가 건강해지며 예뻐진다고 한다. 그래서 1년간 수영을 직접 해 본 결과 뱃살은 계속 들어가고 있으며 건강한 몸과 마음은 덤으로 얻어졌고 생활이 활기차졌으며 일상의 피로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년간 수영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나이와 성별을 초월한 친구들은 정말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마음속의 재산이 되었다.

 

‘수영과 사랑은 빠져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다’는 말을 수영을 10년 넘게 하고 계신 형님에게 들은 적이 있다. 수영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나는 아직 그 실체를 다 알지는 못한다.

매력에 푹 빠져있어서인가?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도 역시 수영으로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그것이 진정 수영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길 바란다.

 

 

 

 


수영 Tip 하나

 

: 수영을 입문하게 되면 호흡법을 배운다. “음~파~~음~파~~”

보통 입문자들의 오해가 소리로 음을 내고 파로 숨을 들이마시는 걸로 해석한다.

이 호흡법은 수영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며 가장 중요하다. 호흡을 잘 해야만 모든 영법을 힘 안들이고 구사할 수 있으며 또한 호흡이 트여야만(물속에서 의식하지 않고 호흡하는) 장거리 수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은 소리로 음~하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코로 물을 내뿜는 행동을 표현한 것이다.

이때 폐에 있는 공기의 70~80%를 빼내고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면서 나머지 폐에 있는 공기를 20~30%를 코로 모두 내뿜고 파~를 외치면 폐가 진공상태가 되어 있어서 공기가 무의식적으로 폐로 흡입되는 원리다

 

그러니까 따로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킬 타이밍은 없는 것이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숨을 빼내지 않으면 들어올 공기도 없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