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쓸테니, 돈을 달라?

돈을 쓸테니, 돈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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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15년까지 도서지역 케이블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100% 전환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정부 지원도 동시에 요구하고 나서 과연 정부가 ‘유료 방송 매체’에 그 정도의 지원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지상파에 대한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31일 간담회를 통해 2015년까지 케이블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3년 동안 7조3,000억 원을 디지털방송 구축에 투입하겠다면서 방송통신발전기금 3년 유예, 한전 전주 임대료 감면, 세제 혜택과 융자에 대한 이자율 축소,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등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물론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는 케이블 업계의 디지털 전환도 필요하다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케이블 업계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방통위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케이블 업체의 이행의지가 의문이다. 지난 2010년만 해도 케이블 업계는 2012년까지 케이블 디지털 전환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그에 한참 못미치는 30%를 밑돌고 있다. 즉, 지금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어떠한 의욕도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정부의 지원만 바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것이다. 이에 현장을 찾은 이계철 방통위원장도 “케이블TV는 아날로그라는 갈라파고스 섬에 갇혀 도약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또 여기에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문제와 CPS도 얽혀있다. 케이블 협회는 자신들의 디지털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상파에 CPS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논리는 자신들이 난시청 해소에 앞장섰으며 무료보편의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방송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 속내는 사실 ‘재원 확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한편 방송 전문가들은 이번 ‘케이블 2015년 디지털 전환’을 두고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는 공익적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국가기간의 성격을 가지는 미디어의 특성을 제대로 구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