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넷플릭스 가는 지상파?…플랫폼 경쟁 시대 콘텐츠 전략 모색 자리 마련 ...

오는 넷플릭스 가는 지상파?…플랫폼 경쟁 시대 콘텐츠 전략 모색 자리 마련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 수 10만 명, 그러나 숫자 이상의 영향력 분명히 있어”

3132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OTT로 대표되는 새로운 플랫폼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하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SBS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새로운 플랫폼 유입에 따른 방송 콘텐츠 전략의 변화’ 세미나가 6월 15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 회의장에서 열렸다.

새로이 등장한 플랫폼은 다양하게 있지만, 이목은 역시 ‘넷플릭스’로 쏠렸다. 지난 2017년 미국 내에서는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앞질렀으며, 1억 10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범인은 바로 너>, <킹덤>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하반기부터 U+tv에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움직임에 국내 콘텐츠 시장이 술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김일중 SBS 글로벌제작사업팀 차장은 “아직 지상파 사업자들이 심각하게 위기감을 느낄 만큼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고 넷플릭스에 대해 평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10만 명 정도로 집계돼 POOQ(60만 명), 옥수수(40만 명), 티빙(20만 명)의 유료 가입자와 비교했을 때 결코 우위에 있지 않다. 더불어 김 차장은 “유재석이 출연한 <범인은 바로 너>를 선보이고 상당한 홍보를 했으나 그렇게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기존 맥락을 답습한 점이 없잖아 있어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넷플릭스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차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인 <OA>를 언급하며 ‘가장 공포스럽게 느끼는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OA>는 2017년 한 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몰아서 본 콘텐츠 10편 안에 들었다. 이 작품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 각본을 맡은 브릿 말링은 독립 영화를 제작해왔으며, 흔히 말하는 ‘대중성’이 부족한 작품의 투자를 받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차장은 “지상파라면 절대 따르지 않을 편성”이라며 “지상파의 제작 논리, 편성 논리를 파고드는 방식의 넷플릭스 작품이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하우스 오브 카드>나 <마르코폴로> 보다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준식 MBC 편성국 콘텐츠전략부장은 “넷플릭스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의 가입자 수는 분명 위협이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한국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움직임이 위협이라는 것이다.

오는 7월 7일 tvN에서 방영을 앞둔 <미스터 션샤인>은 화려한 출연진과 엄청난 제작비로 일찍이 화제를 일으켰다. 안 부장은 “<미스터 션샤인>은 편당 18억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돈이 어디서 왔느냐?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 위축과 플랫폼 경쟁으로 지성파는 점점 더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지는 와중에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러한 넷플릭스의 존재로 인해 외주제작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 또한 줄고 있다는 것이다. 안 부장은 “한국이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하청업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안 부장은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은 시청자의 파편화·개인화”라고 지상파 방송사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개인화된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는 매스미디어 시대의 콘텐츠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뇌는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나타난다. 안 부장은 “기존 방송에 나간 뉴스를 온라인으로 옮기면 디지털 콘텐츠가 되느냐? 그렇지 않다”며 콘텐츠 전략에 있어 이 부분에 많은 고민이 있다고 토로했다.

KBS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정환 KBS 편성본부 조사평가부장은 북미정상회담 보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보도 이후 시청률을 두고 KBS는 1등, JTBC는 2등이라며 시청률 승자는 KBS라는 뉘앙스의 기사가 많았으나 이는 가구 시청률 측면에서 본 것으로 유튜브 실시간 시청을 보면 굉장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유튜브 실시간 시청으로는 KBS는 4등 정도이며 1등과 2등은 JTBC와 YTN이었다. JTBC는 9만 2천 명, YTN은 2만 3천 명으로 그 차이도 크다.

이 부장은 “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북미정상회담 보도가 평일 낮에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평일 낮에 집에서 보도를 시청한 이들을 집계하는 가구 시청률로는 실제 시청률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JTBC의 <뉴스룸>과 KBS <KBS 뉴스9>의 차이는 형식의 구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룸>의 경우 그 안에서 짤막한 코너를 다양하게 마련해, 방송을 제작하는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에 전달하기 용이한 구성을 마련한 것이다.

이와 같은 지상파 방송사의 토로에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상파 방송사가 다른 플랫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가 겪고 있는 딜레마, 콘텐츠의 유튜브 공개 및 넷플릭스 지급 등은 지속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과감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지금의 빠르고 과감한 판단이 지상파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