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 까도 끝없는’ KBS 보도 논란 ...

‘까도 까도 끝없는’ KBS 보도 논란
이번에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홍보 기사 거부한 기자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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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가 30억 원을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홍보성 기사 작성을 거부한 자사 기자들을 징계에 회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보도 개입에 이어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 사드)에 대한 보도 지침,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홍보 기사까지 공영방송 KBS의 언론 통제 사례가 계속 드러나고 있어 일각에서는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같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민언련_KBS의 인천상륙작전 보도2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에 따르면 KBS 사측은 8월 2일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문화부 소속 송명훈, 서영민 기자를 징계에 회부했다. 7월 29일 통합뉴스룸 문화부 팀장과 부장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평론가들이 낮게 평점을 준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할 것을 지시했으나 두 기자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해당 기자들은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어 과도하게 다룬 적이 없다. 심지어 개봉 첫 주도 지나지 않아 영화에 대한 평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관객과 평론가의 차이를 어떻게 논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으나 부서장은 국장의 지시이니 따라야 한다며 리포트 제작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KBS 새노조는 “사측이 해당 기자들을 상대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징계 회부에 이른 것은 KBS 방송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KBS 방송편성규약 제5조 4항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돼 있고, 제6조 3항은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 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KBS 새노조는 “방송편성규약에 따르면 취재 실무자와 책임자 간에 이견이나 분쟁이 생길 때 본부별 편성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고 이견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안도 편성규약상 보도본부 실무자 측 위원인 기자협회장이 책임자 측인 보도본부장에게 본부별 편성위원회인 보도위원회 임시회의 개최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마저도 거부한 채 징계 칼날부터 빼든 것”이라며 “두 기자에 대한 징계 회부 절차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최근 보도와 관련한 내부 구성원들의 분노와 반발은 이미 폭발 수준에 와있다”며 “KBS 방송편성규약을 위반하고 멋대로 징계 칼날을 휘두르는 인사에 대해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국제연합(UN)군이 맥아더의 지휘 아래 인천에 상륙하여 6ㆍ25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군사작전인 인천상륙작전을 그린 작품으로 KBS와 CJ E&M, 셀트리온이 각각 30억 원씩 투자했다.

문제는 공영방송인 KBS가 30억 원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KBS는 1년 동안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52건의 홍보 보도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도 넘은 홍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언련_KBS의 인천상륙작전 보도1민언련은 “노골적인 영화 홍보가 35건, 영화를 빌미로 북한을 비판하는 보도 7건, 6‧25 전쟁의 승리를 강조하는 보도 10건으로 KBS의 ‘인천상륙작전’ 보도 물량 공세가 단순한 자사 투자에 대한 광고 뿐 아니라,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심지어 ‘인천상륙작전’ 개봉 전날인 7월 26일에는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 프로그램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방송하면서 화면 대부분을 ‘인천상륙작전’으로 채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성을 담보해야 할 공영방송이 반공 이념에 치우쳐 캐릭터마저 잃었다는 혹평을 받는 영화에 거액을 투자하고, 이를 빌미로 뉴스를 ‘공안정국의 첨병’으로 사유화하는 행태는 독재 정권에서나 볼법한 한심한 작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외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KBS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학계 전문가는 “이미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 대부분이 정치권력에 의해 장악돼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방송사들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려면 사장 선임 과정부터 정권의 개입을 방지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