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특혜 환수’ 이번엔 기대해도 될까요? ...

[기획] ‘종편 특혜 환수’ 이번엔 기대해도 될까요?
방송기술저널이 선정한 2017년 방송계 이슈 ③종합편성채널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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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의 위상이 뒤바뀌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고 평가받던 지상파 방송사의 하향세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고, 개국 초기 1년도 채 못 버틸 것이라고 했던 종편은 어느새 지상파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KBS․MBC․SBS․EBS 등 지상파의 방송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5.1% 감소한 1조6,200억 원이다. 반면 종편은 전년 대비 0.6% 증가한 2,880억 원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광고 시장 점유율이다. 2007년 71.4%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지상파는 지난해 50.4%로 겨우 50%를 넘겼다. 반면 종편을 중심으로 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점유율은 2007년 25.0%에서 2016년 41.9%로 16.9%p 증가했다. 2007년 46.4%p의 차이가 2016년에는 8.5%p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지상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종편을 중심으로 한 PP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올해의 상황도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하락세라면 올 연말에는 PP가 지상파를 넘어설 수도 있다. tvN이나 JTBC의 대표 프로그램 광고 단가는 이미 지난해 지상파를 추월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7,240억 원이다. 반면 종편은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했다. 특히 JTBC는 ‘업계 추정치’를 전제로 올 상반기 1,09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4.5%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의 광고 매출 감소분이 종편으로 들어간 것 같다”며 “이제 ‘지상파 독점’이라는 단어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종편은 뉴스 보도, 시사‧교양, 드라마, 오락,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할 수 있는 채널이다. 지상파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케이블과 위성방송, 인터넷TV(IPTV)를 통해 송출하기 때문에 유료방송 가입 가구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가입률이 90% 이상인 상황에서 그 차이는 무의미하다.

시청자들도 지상파와 종편의 차이를 거의 못 느끼고 있다. 방송사 PD 공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30살 김 모 씨는 “PD 준비 때문에 프로그램 모니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지상파와 종편, CJ 등의 프로그램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며 “tvN이나 다른 PP의 경우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이 없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지상파와 종편은 뉴스부터 시사, 예능,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편성하고 있어서 채널 간 차이, 다름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지상파 공채만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종편도 지상파와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대다수”라며 “예능이나 드라마 PD 지망생 중에는 지상파보다 종편이나 CJ를 선호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상파와 종편에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상파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종편에는 ‘의무전송채널‧1사 1미디어렙을 통한 사실상의 광고 직접 영업 허용‧10번대 황금 채널 배정‧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및 낮은 징수율 책정’ 등의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종편의 과도한 특혜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특혜 없이 종편과 지상파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종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18년까지 방송 편성 규제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 지상파와 종편의 영향력을 감안한 합리적 규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의무전송채널 지위와 수신료 ‘이중 특혜’ 논란
가장 먼저 회수해야 할 종편 특혜는 의무전송채널 지위다. 의무전송채널은 방송법에 근거한 것으로 정부가 시청자의 권익 보호, 민주적 여론 형성, 국민 문화 향상, 공공복리 증진 등을 위해 공익적‧공공적 성격이 강한 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신할 것을 법으로 강제한 제도다. 지상파 채널 가운데 의무전송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KBS 1TV와 EBS다. KBS 2TV와 MBC, SBS는 의무전송채널이 아니다. 하지만 KBS 2TV, MBC, SBS와 성격이 비슷한 종편 채널은 다 의무전송채널로 규정돼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09년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방송법과 신문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등 미디어 관련 법을 날치기 통과시킴으로써 탄생하게 된 종편은 2011년 12월 개국부터 지상파와는 다른 방송 규정을 적용받았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TV 등을 모기업으로 둔 종편은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 방통위는 “후발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라며 의무전송채널을 비롯한 다양한 특혜를 종편에 부여했다.

당시 학계를 비롯한 방송 전문가들은 “KBS 1TV와 EBS는 공익적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이 돼 있지만 종편은 소유 구조와 편성 차원에서 상업 방송에 가깝기 때문에 의무전송을 규정한 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지상파인 MBC와 SBS도 중계방송사업자들과 개별 계약을 통해 방송을 재송신하고 있는데 지상파도 아니고 공익적 방송을 하는 것도 아닌 종편에 의무전송채널 지위를 준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그동안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내세워왔던 방통위의 원칙과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종편은 의무전송채널 지위를 갖게 됐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종편은 의무전송을 하면서 별도의 수신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TV조선과 JTBC, 채널A, MBN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IPTV 등에서 받은 수신료는 평균 151억 원이다. 종편 방송 매출의 1/10 수준이다. 반면 동일한 의무전송채널인 KBS 1TV와 EBS는 SO나 IPTV로부터 별도의 수신료를 받지 않고 있다.

당초 SO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종편에 수신료를 지불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수신료 협상을 진행하던 2013년 종편은 모기업을 내세우며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등 주요 MSO를 상대로 각사 당 12억~14억 원 규모의 채널 사용료를 요구했다. 종편은 “보도전문채널인 YTN도 의무편성채널인데 SO 측에서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고 있다”며 “콘텐츠 제공에 따른 대가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모기업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던 SO와 IPTV 등은 종편에 수신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종편의 의무전송채널 지위와 수신료는 국정감사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이효성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종편의 수신료 수익을 지적했다. 변 의원은 “KBS 1TV나 EBS 및 종교방송, 공익방송 등 타 의무전송채널과 달리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종편이 유료방송 사업자로부터 과도한 의무 전송 대가를 받고 있다”며 “종편은 정부가 부여한 의무전송채널의 지위를 활용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무전송채널의 경우 전국 단위의 방송 사업자로의 지위를 얻게 되는 만큼, 원칙적으로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는 기준이 필요하고, 만약 대가를 받는다고 한다면 의무전송채널로 지정한 정부가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의무전송채널과 관련한 법 규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1사 1렙’ 폐지?…불법‧탈법 광고 영업 바로 잡아야
비정상적인 광고 영업도 바로 잡아야 한다. 방송의 공공성 때문에 광고 영업을 미디어렙에 맡겨야 하는 지상파와 달리 종편은 ‘1사 1렙’이 허용돼 사실상 직접 광고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모기업을 통한 불법‧탈법적 광고 영업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월 공개된 MBN 미디어렙의 광고 영업 일지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일명 ‘MBN X파일’로 불리는 MBN 광고 영업 일지는 미디어렙 영업 1팀이 작성한 구글 공유 업무 일지다. 2015년 3월 미국의 인터넷 언론인 ‘선데이저널’이 보도하면서 공개된 이 업무 일지에는 2014년 12월 1일부터 2015년 1월 20일까지 51일 동안 MBN 미디어렙 영업 1팀이 진행한 약탈적 불법‧탈법 영업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뉴스 보도나 그 외 프로그램에서 업체나 제품을 불법 홍보하고, 모기업을 통해 광고 수주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으며, 조폭식 각출이나 뇌물로 의심되는 불법 협찬, 기자의 불법 광고 영업 등 다양한 유형이 기록돼 있었다.

영업 일지에 적힌 불법 협찬은 방통위가 공개한 ‘2015년도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 자료에도 반영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종편 4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2.5%가 늘었고, 지난해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 손익 부분에서도 처음 흑자를 기록한 회사가 나왔다. 특히 흑자 전환을 한 TV조선의 경우 광고 매출보다 협찬 매출이 많이 늘었는데 전체 매출에서 협찬이 차지하는 비중이 33%에 달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 “2013년에는 종편 4사 모두 20% 미만의 협찬 광고 비율을 보였는데 2015년부터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의 협찬 매출이 30% 넘었고,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40%에 이른다”며 “지상파와 극명하게 대비될 정도로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종편의 기형적인 협찬 광고 매출은 비정상적인 광고 영업의 결과로 보인다”며 “신문사와 겸영을 하고 있는 종편의 경우 신문 광고 영업을 하면서 종편 광고까지 함께 판매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편의 ‘1사 1렙’ 허용은 방통위 내부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왜 종편만 1사 1렙을 해야 하냐”며 “공동으로 여러 방송사의 방송 광고를 판매 대행하는 것이 공익성과 공공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사 1렙이 아니라 종편 전체의 방송 광고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본지 기고를 통해 “종편의 광고 영업 행위들은 명백히 반저널리즘적인 직업윤리 위반”이라며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훼손되었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김 사무처장은 “불법 방송 광고 영업은 방송의 객관성, 공정성이라는 원칙, 신뢰를 무너뜨리는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며 “무엇보다 부패한 언론이 국가와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는 점에서 종편의 불법 광고 영업은 반드시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사 1렙’ 특혜 회수 역시 여전히 문제 제기 수준에 멈춰 있다. 방통위는 올해 3월 ㈜JTBC미디어렙, ㈜TV조선미디어렙과 ㈜미디어렙A에 대한 재허가를 의결했다. 허가 유효기간은 최초 허가 만료일로부터 각 5년이다. 종편은 앞으로 5년 동안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 10번대 황금 채널 배정‧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및 낮은 징수율 책정 등도 회수해야 할 종편 특혜다. ‘종편 특혜 회수’는 종편이 개국된 해부터 지금까지 매년 논의돼 왔다. 오보‧편향‧막말 등 종편의 공정성이 언급될 때마다, 공적 책임 외면이 공론화될 때마다, 시사‧보도 위주의 불균형한 편성이 논란될 때마다, 콘텐츠 투자 불이행으로 규제를 받을 때마다 수없이 종편의 특혜를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방통위는 유야무야 넘어가기 바빴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4기 방통위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여러 차례 종편 특혜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도 “지상파와 종편이 종합 편성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도 상이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방송의 공적 책무와 매체 균형 발전 등 방송 환경을 고려해 합리적인 규제 체제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을 필두로 한 4기 방통위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 종편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