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도 철학도 없는 조직 개편

[사설] 기본도 철학도 없는 조직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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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지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SBS A&T는 지난 6월 30일,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바꾼다는 명분 아래 엔지니어의 전문성과 부서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사와 조직 개편을 기습적으로 강행했다. 기술팀의 경우, 기존 3팀 체제(보도기술팀, 제작기술팀, 중계기술팀)를 뉴스기술팀과 방송기술팀 2팀 체제로 개편하고 중계기술팀을 해체해서 대형중계차를 방송기술팀에 소형중계차를 뉴스기술팀에 분리 통합시켰다. 중계 인원과 시설을 단순히 ‘제작(예능·교양)’과 ‘보도’ 업무로 나누어 버린 것이다. 이번 조직 개편이 업무의 효율성 및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현장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밀실 개편에 구성원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SBS 노조에서는 이번 개편에 대해서 노사 간 단체협약 위반으로 규정하고 투쟁 지침을 내리고, 결의대회를 통해 투쟁을 이어 나갈 것임을 공식화하였다.

대형 및 소형중계차를 도입할 때부터 예능, 교양, 보도로 사용처를 정의하고 시작하는가? 사전 업무를 정의한 중계차는 해당 현장에만 출동하는가? 중계팀이 있는 미디어 회사의 구성원이라면 상기 질문에 대한 답을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중계기술 데스크가 현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술적인 판단을 한 후에 적재적소에 중계차를 배치한다. 그러나 개편된 시스템은 하나였던 컨트롤타워를 두 개로 나눠 각 데스크 간 업무협의가 필요하다. 이런 이중 포인트 시스템은 어디에 어떤 중계차를 투입해야 할지 혼란을 초래하고 긴급한 상황에 신속한 대처도 어렵다. 또한 무선국 및 중계 시스템 관리를 이중화하여 관리 비용 증대 및 장비의 중복투자 우려도 있다. 벌써 해당 각 팀 데스크와 구성원들은 업무 혼란과 이중 업무협의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조직행동론에서는 조직설계 때 검토해야 할 구성 요소로 ①작업의 전문화, ②부문화, ③지휘계통, ④통제 범위, ⑤집권화, ⑥공식화를 꼽고 있으며, 조직의 변화 담당자가 해야 할 일로 ①의미와 신뢰감 부여, ②참여, ③상사의 지원, ④협상과 타협을 제시하고 있다. 조직 관리의 기본 내용만 잘 숙지하고 조직 개편을 진행했더라도 이 사달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사전 검토나 실천도 없이 아마추어적인 개편을 진행한 것이다.

미디어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지상파 방송국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전쟁터 속에서 구성원은 조직의 변화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 상황과 수요가 변하면 조직의 구성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조직 개편은 부작용과 혼선을 막기 위해 다각적 측면을 사전에 검토하여,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진행하여야 한다.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조직 개편을 강행하는 것은 구성원의 자긍심과 사기를 떨어뜨려 오히려 조직의 역량을 훼손할 수 있다. SBS A&T 사측은 조직 개편 원안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대화와 설득을 통해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편안을 재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