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미디어 라디오의 유튜브 적응기 ...

[기고] 올드 미디어 라디오의 유튜브 적응기
MBC 방송 시스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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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3년 8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김선호 MBC 라디오기술팀 사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방송 매체 이용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 28.6%였던 라디오 청취율이 2022년에는 17.8%로 10% 이상 감소했고, 주 청취자는 40~60대로 높아지면서 30대 미만의 청취자가 확연하게 줄었다. 심지어 미디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 세대의 청취율은 1% 미만으로 집계됐다. 라디오 청취 방식은 자동차를 통한 청취가 76.2%이고 일반 라디오 수상기가 17.9%이다. 라디오를 듣는 17.8%의 사람 중 17.9%의 사람들만 라디오 수상기를 이용한다는 건 사실상 운전할 때 이외에는 라디오를 청취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 이용률은 93.3%로 거의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정보검색, SNS, 미디어 콘텐츠 시청을 위한 도구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은 80%에 육박한다. 대표적인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의 이용률은 66.1%로 넷플릭스(31.5%)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레거시 미디어를 이용한 시청률은 해마다 감소하지만, 뉴미디어 플랫폼 이용 시간이 매년 증가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계산기의 등장으로 주판이 사라졌듯 발전하는 미디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면 라디오도 점차 퇴보하여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라디오의 유튜브 진출은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내려는 생존 전략이자 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나는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이용률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MBC 라디오 유튜브 채널
MBC 라디오는 현재 두 개의 채널을 운영 중인데, 시사 이슈 채널인 ‘MBC 라디오 시사’와 예능·음악 채널인 ‘므흐즈(MHz)’이다. 시사 이슈 채널엔 표준FM에서 방송되는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김종배의 시선집중>, <정치인싸>, <성지영의 뉴스바사삭>,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등의 시사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다. 라디오 전체 청취율 1위를 달성한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 주말 정치 토크쇼 <정치인싸>는 평소 동시접속자 수 2만 명, 많을 땐 4만 명을 넘어서며 채널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채널 구독자 수 또한 지난 3월에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봉춘 라디오’에서 개명한 ‘므흐즈(MHz)’는 FM4U의 예능과 음악 콘텐츠가 업로드되는데, 아이돌 전문 프로그램인 <아이돌 라디오>를 필두로 K팝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과 연예계 대표 입담꾼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TV 제작과의 차이점
유튜브와 TV 제작은 인력과 시스템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TV 제작에는 스위처, 비디오, 오디오, CG, 조명, 녹화/송출까지 최소 4~5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유튜브 영상 제작은 혼자서도 가능하다. 라디오는 TV만큼의 인력과 장비를 갖출 여유가 없기에 최소한의 자원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유튜브 제작 시스템을 설계했다. 방송 사고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도 시스템을 경량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장비는 PTZ 카메라 3~4대, 카메라 컨트롤러, 제작 PC 두 대, 신호 절체기, IP 허브, 조명 그리고 비디오/오디오 DA가 전부다. 이어서 본사 라디오 스튜디오에 구축된 유튜브 제작 시스템을 한번 살펴보자.

PTZ 카메라와 조명 시스템
영상 신호는 PTZ 카메라에서 나오는 HD-SDI를 메인, NDI를 백업으로 사용한다. PTZ 카메라는 TV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처럼 섬세한 제어가 어려워서 영상의 부족한 부분은 조명으로 해결했다. 카메라 설정은 일정하게 두고 조명의 조도와 색온도를 조절하여 영상의 색과 노출을 맞춰주었다. 운용해 본 결과 성능이 검증된 저가의 PTZ 카메라와 색온도·조도 조절이 가능한 조명을 사용하는 게 고가의 PTZ 카메라를 사는 것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았다. 실내 제작이라 영상과 조명은 한 번만 설정해 두면 변경할 일이 거의 없고, 방송 중에 카메라의 팬, 틸트, 줌, 노출 정도만 리모트 컨트롤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하고 있다.

유튜브 제작 소프트웨어, VMIX
유튜브 제작의 핵심은 VMIX라는 PC용 비디오 스트리밍 소프트웨어이다. 부조정실의 비디오 스위처, CG, 오디오 믹서, 녹화,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포함하여 4~5명의 일을 혼자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용법도 간단해서 일주일만 배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윈도우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다 보니 고화질의 영상 처리로 과부하되면 PC가 다운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백업 PC도 함께 설치하여 문제 발생 시 바로 절체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실제로 유튜브 도입 초기엔 한두 달에 한 번은 PC에 문제가 생겨 백업으로 절체하였으나 PC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한 이후엔 시스템이 안정화됐고 문제 발생 빈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VMIX는 유튜브 스트리밍도 가능하지만, PC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이기 위해 스트리밍 기능은 사용하지 않고 영상 제작 기능만 사용한다. 시스템 안정을 위해 제작과 송출을 분리한 것이다. VMIX에서 제작된 PGM은 주조정실로 보내지고, AWS Elemental이란 스트리밍 장비를 통해 유튜브 서버로 송출된다.

VMIX 송출 계통도

오디오와 방송사고
오디오 신호는 온에어 두 개(표준FM/FM4U)와 스튜디오 AMU에서 제작되는 PGM이 있다. 오디오 믹싱은 VMIX에서 이뤄지고 오디오 출력은 유튜브 영상 신호에 임베디드된다. 라디오 본방송 중에는 온에어 신호로 스위칭하고, 광고 시간이나 본방송이 끝난 후에 진행하는 연장방송에는 AMU PGM을 사용한다. 가끔 운용자의 실수로 온에어와 AMU PGM이 뒤바뀌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때는 오디오가 안 나온다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문제를 인지하고 오디오 소스를 변경하면 MC는 작은 실수가 있었으니 양해 바란다고 설명하며 능숙하게 대처한다. MC와 제작진 모두 실수한 운용자에게 눈치를 주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한 명의 운용자가 카메라, 자막 입력, 비디오/오디오 스위칭, 섬네일 편집까지 5~6명이 할 일을 모두 처리하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때때로 실수하더라도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는 라디오와 유튜브 제작의 장점이기도 하다.

라디오의 유튜브 패치 그리고 성장
라디오 유튜브 채널은 TV 보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지난해부터 급격한 성장을 이뤘고, 수익과 구독자 수 역시 꾸준한 증가 추세이다. 앞으로 다른 라디오 스튜디오 역시 유튜브 제작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하는 바이다. 그동안 라디오기술팀은 음향시스템만 다루는 엔지니어만 있었지만, 이제는 영상과 음향, 온라인 스트리밍까지 이해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유튜브 시스템은 TV 스튜디오의 영상과 조명 시스템, 주조정실의 송출 시스템에 비하면 작고 가볍지만, 카메라 운용부터 자막과 영상 스위칭까지 혼자서 관리해야 하다 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유튜브 때문에 종종 새벽에 출근하기도 하고, 오디오 노이즈 문제를 가지고 몇 달씩 씨름할 때도 있다. 그래도 이 일이 힘들지 않은 이유는 라디오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예전 모습에만 머무르지 않는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라디오의 유튜브 적응기는 이제 막 끝난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안정적이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유튜브 제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