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저작권·업무분장 명확히 해야”

“근로조건·저작권·업무분장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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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곽재옥) 문화·예술 분야에 표준계약서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지난 8월 스태프들을 위한 3종 표준 양식이 제정된 가운데 이번에는 콘텐츠 원천을 생산하는 방송작가들을 위한 표준집필계약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12월 10일 방송회관 3층에서 열린 ‘방송작가 표준집필계약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방송작가 표준집필계약서 제정안 발표와 함께 작가, 제작자, 학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참여한 우형진 한양대 교수는 “방송작가는 노동강도에 비해 보수와 처우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제도적 틀 안에서 근로조건을 명시하는 노동관행을 확립하고, 표준계약서는 근로조건, 저작물에 대한 권리, 직급에 따른 업무분장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제에 따르면, 예능·교양·드라마 분야 30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드라마를 제외한 비드라마 부문 방송작가들은 대부분 비공식적인 구두계약을 통해 근로를 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기간·근무조건·급여 등에 대해 제대로 사전공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처럼 구두협의가 관례화되다 보니 저작권료에 대한 법적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한국방송작가협회에 가입한 일부 회원을 제외하고는 저작권이나 재방송 시 합리적 혜택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 장르에 관계없이 임금 이외 연차, 보너스, 연급, 4대 보험 혜택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방송이 종영·취소·연기되는 경우는 무임금 상태가 지속되는 실정이다.

우 교수는 “방송작가들은 고도의 정신력과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주체로서의 자기 규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포자기식 자기 규정을 동시에 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콘텐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 참여에서부터 명확한 보상 기준을 명시하고, 현재 방송사가 갖는 저작권을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한 외주제작사와 원고를 담당한 작가와 재분배하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방송작가 숫자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렵다. 다만 방송작가협회에 소속된 작가가 2013년 5월 말 현재 2,757명으로, 이들이 지급받는 급여는 매년 협회와 MBC, KBS, SBS 등 방송3사 제작관계자가 협상을 통해 결정한 기준을 근거로 원고료가 책정된다. 원고료 산정 최저 기준은 매체(TV·라디오), 프로그램 종류, 방송프로그램 분량(10분 단위), 작가 등급(가급, 특급)에 따라 기본 극본료와 자료비가 구분돼 책정된다.

그러나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현주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방송작가들은 순전히 원고만 집필하는 경우보다 기획·구성 단계, 때로는 편집단계에까지 참여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처럼 스토리, 대본, 스토로와 대본으로 업무범위를 구분하거나 영국처럼 원고료 이외 줄거리나 트리트먼트에 대한 보상도 합리적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예능·교양·다큐를 주로 제작하는 제작사 센미디어 윤승준 부사장은 “제작기간 6개월이 소요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인건비, 밥값만도 어마어마하지만 방송사와의 계약서를 쓸 때는 작가료 이외 비용은 반영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제작사 역시 작가와 공동작업자로서 표준집필계약서 제정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방송 콘텐츠 제작향상을 위한 갑을 관계를 청산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표준집필계약서가 과연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방송사와 제작사는 방송작가와의 표준계약서 논의에 있어 제작비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겠지만, 인터뷰에 응한 작가들은 현재에서 급격한 급여 상승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다만 메인작가의 업무를 보조하는 서브작가나 막내작가의 경우 특히 근로를 위한 최저생계비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방송의 미래를 위한 콘텐츠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