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통과시켜야” VS “보완해야” 갑론을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통과시켜야” VS “보완해야”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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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한계 눈에 보여” “국민 참여 부분 추가해야”
“한계 있긴 하지만 우선 통과시켜야” “또 수정하려면 오랜 시간 걸려”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해당 법안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법률적 장치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발단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2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 통과되면 어느 쪽으로도 비토를 받지 않은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기 때문에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해당 법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0여 명이 공동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은 방송법 개정안과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개정안 등 4가지 법안을 통칭하는 것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늘리고, 사장 선임 시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재적 이사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 5명과 종사자 5명 동수로 편성위원회 구성, 편성위원회에서 편성책임자 임명 제청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입장이 취임 전과 바뀌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 줄곧 반대 입장을 표했던 자유한국당도 입장을 바꾸어 거들었다.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관련 업계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9월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전국언론노동조합 공동 주최로 열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는 “국회에 계류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대화와 타협, 합의를 통해 꾸려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최소한의 법률적 장치”라며 “소폭의 개정안이기 때문에 지니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 문제에 대한 일정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선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강혜란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김준현 변호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김환균 위원장과 강혜란 공동대표는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이사회를 구성할 때 여야 동수에 시민을 참여시킬 수도 있고, 아예 여야가 아닌 시민들의 대표만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며 다양한 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 법안에 최소한의 원칙밖에 담을 수 없었던 시점의 한계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그 이후 촛불이라는 거대한 민주주의의 흐름을 만났기 때문에 공영방송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법 개정 작업에서도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며 보다 다양한 이해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이사 선임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최소한의 것만이라도 통과시켜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