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바라보는 정치권 vs. 정치권에 기대하는 방송 정책

[사설] 방송을 바라보는 정치권 vs. 정치권에 기대하는 방송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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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종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언론은 어떤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림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중요한 사안이라도 언론이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많은 사람의 관심사가 아닌 사항도 언론에서 다루는 방식에 따라 주요 관심사로 바뀌면서 새로운 여론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언론은 사실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판단 근거가 되는 거짓이 없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의 실수나 의도에 의해 사실이 누락되고 왜곡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여론은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것이고 이는 건전한 사회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다른 매체에 비해 보다 쉽게 사람들이 접하는 방송의 경우, 공정성 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권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뜯어고쳐야 하는 개혁의 대상’으로 ‘정파적’, ‘정권의 나팔수’,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단어들이 나열되는 공영방송에 대한 평가를 우리는 정권교체 시기마다 들어왔다. 이러한 비판을 하는 주체와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주체가 ‘공수교대’를 하면서 과거에 했던 말들을 반복한다.

올해도 정권이 바뀌면서 지난하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양당의 의석수가 예전에 비해 다른 양상을 보이긴 하지만,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 개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야당과 여당의 자리가 뒤바뀌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때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공영방송을 정의하는 논리는 이전에 다른 진영에서 사용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영방송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대의를 표명하면서도 정작 자기 진영의 손익을 먼저 생각하며 때로는 개혁의 적기임을, 때로는 더 많은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견지한다. 시기적으로 주변의 변화가 적은 경우에는 여야의 입장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치 기류가 변화하면 과거의 입장은 그냥 처음 나왔던 입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린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외국 공영방송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시스템이 아니다. 수정과 보완을 통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공영방송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완숙한 시스템과의 비교는 자제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떼야 할 것이다.

주변 상황은 계속해서 변한다. 자신들이 그렇게 절실하게 바꾸길 원했던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기를 바라면서 본인의 안위만을 생각한다면, 그 태도에 대한 평가는 나아지는 사회를 기대하며 주권을 행사한 국민에 의해 재평가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조속히 일단락 짓고, 최근 급변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의 미디어 및 콘텐츠 진흥을 위한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디어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올바른 선택이 정치권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며, 앞서가는 방송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정치권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