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가 보여주는 영화 콘텐츠 흥행 공식

[기고] ‘범죄도시’가 보여주는 영화 콘텐츠 흥행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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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4년 6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 ‘범죄도시’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 제목은 ‘범죄도시’이지만, 본 원고에서는 영화 시리즈 구분을 위해 편의상 ‘범죄도시1’로 구분해 표기했다.

[방송기술저널=최홍규 EBS 디지털인재교육부 연구위원 / 미디어학 박사] 영화 ‘범죄도시4’의 누적 관객 수는 5월 18일 현재 천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1,033만 명). 2017년 10월에 개봉된 첫 번째 ‘범죄도시1’ 영화로부터 7년이 지나는 동안 시리즈는 4편이 개봉되었고 그 전체 관객 수는 4천만 명을 훨씬 넘는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되고 있는 역대 우리나라 영화의 관객 순위로 볼 때, 이미 ‘범죄도시4’는 29위에 랭크되어 있다. 아직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데도 말이다.

역대 범죄도시 영화 시리즈는 모두 역대 한국 영화 관객 수 100위 안에 랭크되어 있다. 이번에 천만을 넘긴 ‘범죄도시4’ 외에도 ‘범죄도시2’가 14위, ‘범죄도시3’는 25위, ‘범죄도시1’가 70위에 각각 랭크되어 있다. 심지어 ‘범죄도시1’은 19세 이상 상영등급이라는 조건에서도 큰 흥행을 거두고 순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역대 영화 시리즈물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높은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 이 시리즈는 왜 흥행하게 되었을까? 구글의 검색창에서 ‘범죄도시 흥행 요인’을 입력하면 여러 가지 내용들이 검색된다. 영화라는 콘텐츠 장르가 흥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범죄도시’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려 4개 편의 시리즈형 콘텐츠를 통해 연속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아 ‘범죄도시’만의 흥행 공식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하나의 ‘컷’이 하나의 ‘짤’로 인기를 끌 수 있어야

오늘날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소통되는 동영상 시대에, 소위 ‘짤’로 재생산되기 어려운 콘텐츠는 확산력이 부족하다. 영화 콘텐츠도 마찬가지로, 영화를 관람할 관객들의 인상에 남을만한 장면이 짧은 분량의 ‘짤’로 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목되기 쉽고 확산도 쉽다.

여느 오락영화와 마찬가지로 ‘범죄도시’의 컷도 짧고 빠르다. 짧고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컷 중에는 ‘범죄도시’의 단골 장면인 격투 장면을 구성하는 컷들도 있지만, 주인공인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 특유의 유머러스한 대사가 돋보이는 컷들도 많다. 이번에 개봉한 ‘범죄도시4’에도 여전히 이러한 컷들이 많았고, 대개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에서 큰 인기를 끌 만한 컷들이었다. 격투 장면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코믹한 장면들과 그 대사들은 여러 가지 일상사의 상황들을 표현할 내용들을 담고 있으니. 많은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이용자들은 이러한 장면의 컷들을 활용해 ‘짤’을 만들어 릴스(인스타그램)와 숏츠(유튜브)에 활발히 업로드할 것이다. 그러면서, ‘범죄도시’라는 영화 콘텐츠 브랜드가 더욱 널리 확산하는 기회도 만들어질 것이다.

‘범죄도시4’에서 ‘장이수(좌측)’와 ‘마석도(우측)’가 만나는 장면
출처: youtube.com/watch?v=OqfiM8zEzQA&ab_channel=ABOentertainment

영화계에서 액션물이 가미된 오락영화는 영화 ‘작품’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콘텐츠가 확산하는 시대에는 이처럼 짧으면서 강렬하고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컷들로 구성된 영화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범죄도시’ 영화 콘텐츠가 오늘날 소셜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 확산 문법을 잘 따르는 콘텐츠로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공간, 음향, 분위기를 잘 활용하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스토리가 가미된 스포츠 경기 느낌?

대규모 예산과 화려한 캐스팅이 일반화된 오늘날 영화시장에서 ‘범죄도시’는 소박한 축에 속하는 영화다. 우리나라 영화 관람객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으니, 오늘날 관람객들은 ‘범죄도시’라는 영화를 조금만 뜯어봐도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간 영화이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쉬운 영화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도시4’의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 정도로 알려진다. 이는 천만 명 이상 관객을 모으는 ‘범죄도시’ 브랜드에 비해 결코 손익분기점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 영화 관람객도 알아차릴 만한 낮은 수준의 손익분기점. 단순하고 뻔한 스토리의 액션물인. 또한, 시리즈가 여러 편 나왔어도 결코 내용 전개상의 반전이 없는 그런 ‘범죄도시’를. 굳이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도시’ 시리즈는 알찬 영화다. 영화 관객이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도 참 알차게 느끼게 해준다. 매우 기능적인 이유가 있다. 영화관이라는 콘텐츠 관람 공간에서 꼭 봐야 할 영화로서의 알찬 기능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 관람객에게 ‘범죄도시’ 시리즈는 스포츠 콘텐츠에 가깝다. 관람객들은 마석도 형사팀을 응원하는 스포츠 팬의 역할을 한다. 스포츠 팬들이 실황으로 진행되는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듯, 영화 관람객들은 마석도라는 형사의 격투기 스포츠를 보러 영화관을 찾는 것이다. 어찌 보면, 미국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선과 악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있고 잘 짜인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범죄도시’는 ‘마석도 쇼’라는 이름이 붙여진 스포츠 경기와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마석도 쇼’를 보기에 충분히 기능적으로 효과적인 공간인 셈이다. 원래 격투기 경기는 어두운 조명에서 치러지지 않나?

마석도 형사의 격투 장면에서 들려오는 음향들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마석도 쇼’라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격투 장면의 통쾌한 음향들은 다른 스포츠에서 즐길 수 없는 요소들을 제공한다. 영화관의 서라운드 입체음향 시스템과 설비들은 ‘범죄도시’라는 스포츠 경기 중에서도 ‘마석도 쇼’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다. 이처럼, 음향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범죄도시’가 영화 관람객 수를 늘리는 이유가 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장점으로 또 무엇이 있나? 바로, 집중도 높은 관람이 가능한 분위기다. ‘범죄도시’는 영화관에서 집중해서 볼만한 가치를 지닌다.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스토리 있는 스포츠 경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플레이어 ‘마석도’의 격투를 영화관에서만 집중해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범죄도시4’의 한 장면
출처: youtube.com/watch?v=pMAPj6WVsT4&ab_channel=ABOentertainment

영화관에서 볼 영화 콘텐츠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오늘날 콘텐츠 이용자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볼 영화 콘텐츠는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영화 콘텐츠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범죄도시’는 그런 측면에서 손익분기점이 높은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영화라는 콘텐츠를 스토리가 가미된 격투기 쇼로 알차게 만들어,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그런 영화다. 특정한 종목이 치러지는 스포츠 경기장서 그 특정한 스포츠 경기를 즐기듯, 그렇게 영화관이라는 장소에 특화한 영화가 바로 ‘범죄도시’다.

전편에 대한 이해 없이도 즐길 수 있어야 할 것

영화 중에서 시리즈물로 제작되는 영화 콘텐츠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속편 영화(sequel film)’다. 속편 영화의 본질적인 의미는 오리지널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쓰면서 플롯이나 캐릭터, 배경 등을 차용하는 방식의 영화를 말한다. 이러한 속편 영화는 오리지널 영화에 대한 제목 차용, 스토리 연속성, 세계관의 확장 등의 유무에 따라서 다시 시퀄(sequel), 리부트(reboot), 스핀오프(spinoff), 프리퀄(prequel) 등으로 그 종류들이 나뉘게 된다.

‘범죄도시’의 경우 굳이 구분하면, ‘시퀄(sequel)’ 영화 시리즈로 지칭할 수 있다. 영화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며 뒤에 숫자를 붙여 구분하면서. 오리지널 영화 콘텐츠의 플롯, 캐릭터, 세계관, 배경 등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징적인 점이라면, ‘범죄도시’는 어떤 시퀄 형태의 영화 시리즈보다 각 영화 콘텐츠의 내용이 독립적이라는 점이다.

‘범죄도시’ 영화 시리즈 포스터

‘범죄도시’를 즐기는 팬이라면 전편에 대한 스토리를 전혀 몰라도 후속편들을 즐길 수 있다. 이는 ‘범죄도시’의 후속작이 새롭게 개봉될 때마다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기 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전편을 보지 않아도 되는 후속작을 즐길 수 있으니 새롭게 15살이 되는 영화 관람객들은 잠재적인 ‘범죄도시’ 관람객이 될 수 있다(‘범죄도시’ 상영 등급이 15세 이상 관람가인 한은 말이다.).

‘웃잔(웃기면서 잔인한)’이라는 새로운 장르?

필자는 ‘범죄도시4’까지 ‘범죄도시’ 영화 시리즈를 모두 관람하고 난 후, 이 영화가 개척한 영화의 장르를 생각해 보았다. 바로 ‘웃잔’이다. ‘범죄도시’는 ‘웃기면서 잔인한 영화(?)’ 혹시, 이러한 장르의 영화를 지칭하는 별도 학술적 명칭을 알고 있는 전문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것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모든 장면을 똑바로 직시하기에는, 잔인한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잔인한 장면이 조금만 흘러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 아프게 웃긴 장면들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 ‘범죄도시’ 영화 시리즈들은 해피엔딩에 가까웠지만, 주인공의 관점에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웃잔’의 시퀀스는 반복된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대중적 오락영화에 가깝지만, 웃기면서 잔인한 영화의 전개는 결코 대중적인 코미디물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라고 본다.

‘범죄도시4’의 한 장면
출처: youtube.com/watch?v=OqfiM8zEzQA&ab_channel=ABOentertainment

멋지고 매력적인 악당들을 기다리는 재미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악당의 한 축을 연기했던 배우를 살펴보자. 윤계상, 손석구, 이준혁, 김무열이다. 악당들의 우두머리로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외모에서 멋지고 매력적이다. 이들이 출연한 악당의 캐릭터는 잔인무도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외모, 행동, 말투는 상당히 멋스럽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뿜어낸다.

‘범죄도시’ 영화 팬이라면, 악당역으로 출연하는 배우가 누구일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범죄도시’의 주인공 역할이 마동석 배우로 고정되는 한, 이러한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것도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내는 중요한 영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