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은 떠났지만…

[칼럼] 김재철 사장은 떠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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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의 해임이 결정되고 뒤이어 김 사장의 자진 사퇴 발표까지 이어지던 긴박하던 순간, 김 사장은 마지막 사장 업무를 보기위해 결재서류에 펜을 들었다. 하지만 그 서류는 지금까지 진흙탕 싸움을 해온 노동조합에 대한 소송 취하와 같은 훈훈한 문서가 아니었다. 김 사장은 자신의 마지막 사장 업무를 보며 지난해 공정방송 복원을 위한 파업 기간 동안 뽑은 대체 인력 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MBC 김재철 사장은 떠났지만 그 후폭풍은 여전하다. MBC 3노조가 정식으로 출범하며 목소리를 내는 한편, 직원들 사이에서도 깊어진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김 사장 체제의 최측근들이 국장으로 대거 임명되는 한편, 차기 사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하마평도 불길하게 떠돌고 있다. 동시에 MBC 직원들 사이에서는 ‘김 사장이 떠난 바로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대체인력 문제다. 현재 MBC는 지난해 파업 대체 인력으로 총 93명을 선발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기자의 경우 정치부 및 사회부를 망라하는 대부분의 핵심 부서에 배치되었다. 이들은 이후 MBC의 잦은 방송 사고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커다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동시에 기존 기자들과 대체 인력 기자, 일명 시용 기자들 사이의 첨예한 충돌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MBC가 4월 12일 인사발령을 통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 이우용 라디오본부장, 김철진 시사제작국장 등을 대거 ‘미래전략실 국장’으로 임명해 논란이다. MBC는 12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을 미래전략실의 편성전략담당국장으로, 이우용 라디오본부장과 김철진 시사제작국장을 콘텐츠전략담당국장으로 임명했으며, 조규승 경영본부장은 미래전략실의 경영전략담당국장을 맡게 했다. 당장 김재철 사장 체제의 핵심 인사들이 모조리 ‘국장 급’으로 영전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도 ‘PD 수첩 PD 사찰’ 논란을 일으킨 김철진 국장의 영전은, 도의적인 문제까지 있다고 지적하는 판국이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MBC의 상황을 타개하고 진취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할 사장의 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방문진 자체가 김재철 사장 이후 새로운 MBC 사장 선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 후보 하마평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꾸준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황희만 전 MBC 부사장, 정흥보 전 춘천 MBC 사장, 구영회 MBC 미술센터 사장,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전영배 MBC C&I 사장, 최명길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 등이다.

황희만 전 MBC 부사장은 2011년 MBC C&I 사장으로 임명되어 손바닥 TV를 만든 인사로서, 지난해 4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격적인 경질을 당한 인물이다. 노사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그러나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MBC 파업 당시 김재철 사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노조와 껄끄러운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장이 될 확률은 낮다. 당장 여권에서도 ‘이진숙 사장설’은 그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최명길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은 노사 양쪽에서 ‘준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MBC 김재철 사장은 떠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상처와 감정의 골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생각보다 오랜 시간동안 MBC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마치 유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