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상임위원, 방송 공공성을 부정하나

[수첩] 김재홍 상임위원, 방송 공공성을 부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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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지금은 본지의 생명줄을 잡고있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단의 교체가 이뤄지는 시기입니다. 사실 여러모로 어수선한 것도 사실입니다.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현안과 나름의 첩보(?)를 분석하고 걸러내는 일만도 버거운데, 회장단 교체에 따른 분위기 변화를 감지하고 나름의 대책을 세우는 한 명의 사회인으로써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지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던 차에 일이 하나 터졌습니다. 소소하다면 소소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기관지로써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발언이 레이더망에 걸렸습니다. 주인공은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700MHz 대역 주파수 발언입니다. 6월 26일, 그러니까 제가 MBC 방송기술인협회 이취임식에 소위 ‘찍사’로 출동했을 때 일입니다.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이임하는 최동환 회장님과 어색한 헤어짐을 뒤로하고 근처 언론사에서 기자를 만나고 복귀할 무렵,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의 국가 재난망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전까지의 논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는군요.

처음에는 그 뜻을 정확히 파악 못했습니다. 김 상임위원의 뜻이 국가 재난망을 해당 주파수에 넣는다는 전제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폐기해 ‘국가 재난망+방송’으로 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 재난망+통신’으로 가자는 것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들어온 정보를 검토해보면, ‘국가 재난망 구축 문제로 지금까지 방송과 통신이 해당 주파수의 할당을 두고 싸운 의미가 사라진다’라는 분석의 끝이 결국 ‘국가 재난망+통신’을 가리키고, 김 상임위원이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포함된 40MHz 폭 통신 할당의 법적인 허구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결국 ‘국가 재난망+통신’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사료됩니다.

결정적으로 해당 주파수의 방송 할당을 주장했던 양문석 전 상임위원과 생각이 다르다고 말씀하셨으니까, 확실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김 상임위원의 발언은 위험합니다. 물론 방송이 절대적인 선(善)이며, 통신이 절대적으로 악(惡)은 아니기에, 김 상임위원의 발언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방송의 공익성을 관장하는 방통위의 상임위원이, 그것도 정권을 견제하고 올바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너무나 쉽게 방송, 무료 보편적 플랫폼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정무적인 판단을 제거하면 해당 주파수의 주인은 방송쪽으로 무게가 쏠립니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미국과 비교해도 국내 통신사들은 가입자에 비해 막대한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주파수의 글로벌 통신 활용설’은 남미와 일부 중동국가가 글로벌의 통칭이 아니기에 이미 오래 전 근거를 상실했으며 모바일 트래픽 해소라는 근본적인 이유도 최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출시 및 모바일 IPTV 사업 확충을 보면 상당한 의심이 갑니다.

그런데 방송은 어떤가요. 당장 700MHz 대역 주파수가 없으면 ‘원천적인 기회가 박탈됩니다’ 사견입니다만, 방송의 해당 주파수 할당은 헌법 제34조 1항의 생존권과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박한 것은 방송입니다.

하지만 절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오냐 오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대승적으로 통신이 방송보다 주파수 할당에 있어 더 큰 당위성을 가져간다면 김 상임위원은 소신있게 발언한 셈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방송의 플랫폼은 국가 기간의 성격을 가지며, 이는 온전히 접근성의 개념으로 공공성을 내포합니다. 그런데 김 상임위원은 국가 재난망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방송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부디 6월 26일 사석에서의 김 상임위원 발언이 ‘와전’되었기를 바랍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통신의 주파수 할당을 주장했다면 그에 합당한 데이터를 보여주며 반박하겠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관장하는 방통위 ‘야당 상임위원’이 방송의 플랫폼적 공익성을 부정한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방송은 공공성을 가지고, 그 공공성은 플랫폼의 굳건함을 무기로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설마 세월호 참사 당시 갑작스럽게 쏟아진 통신 데이터로 그 대단한 스마트폰이 진도에서 불통이 되었던 것을 잊은것 아니겠지요? 저도 스마트폰 참 좋아합니다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 플랫폼에 공공성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봐서 말입니다.

(‘수첩’은 취재 과정에서 겪었던 인상적인 사건을 편안한 형식으로 서술해 사안에 대한 이해와 배경을 더욱 쉽게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