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언론장악?

[솎아보기] 벌써부터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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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MBC 파업부터 얼마 전 종료된 KBS 파업, 그리고 이어지는 YTN 파업과 일간지 파업 사태. 이 일련의 사태들은 권력에 의한 언론 장악을 온 몸으로 거부했던 의식있는 언론 노동자들의 몸부림이었다. 비록 정치파업이나 심지어는 ‘종북’의 색이 칠해지기도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일부의 시선이다. 여전히 이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는 부침을 겪을지언정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언론장악은 다른 분야의 ‘지배 커리큘럼’처럼 특정 시스템의 구조적 고착화에서 시작된다. 즉 아무것도 아닌 정형화된 ‘구조’에서 모든 사안은 명분을 얻게 되고 그 명분은 곧 힘이요, 권력이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MBC와 KBS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이사진 내정설은 심상치않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 및 감독 권한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KBS 이사진 공모를 낸 상황인데, 벌써부터 불순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절망적인 것은 그 ‘불순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는 것에 있다.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의 대오가 아직 그 투쟁의 불을 끄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새로운 언론장악 커리큘럼이 등장하려는 낌새가 보이는 셈이다. 물론 방통위는 부정하고 있다.

KBS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KBS 이사진) 공모 시작 전부터 이사 및 이사장 내정설이 떠돌고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를 중심으로 한 특정대 출신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이사장과 이사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 이사장을 최 모씨로 내정했다는 설까지 떠돌고 있다"며 "여당의 전 비대위원 인맥을 통한 특정대 출신 이사장 앉히기와 이사 밀어넣기 시나리오가 마무리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노조의 말이 사실이라면,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을 기치로 내건 방송사 파업의 결과물이 허망하게 날아가버리는 격이다. 심지어 문제의 최 모씨는 5공 시절 그 유명한 ‘땡전뉴스’의 앵커출신이라는 소문도 이미 방송계에는 파다하다.

   
 

MBC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이도 노조의 폭로로 밝혀진 사안인데, 최근 김재철 사장은 임원들에게 “방문진 이사들이 어느정도 내정되어 있으며 내가 퇴임할 확률은 1~5%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국회 원구성을 통한 여야 합의문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았던 양심적인 이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다. 확신하건데 주파수 공유하자고 주장하던 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도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조금 멀리 생각하면, 지금은 대선 정국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 파업은 몇 차례의 변곡점을 그리며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좌충우돌하며 지금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언론장악 시도가 구태의연한 조직과의 전투에 몰두한 사이 그 사악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섬뜩한 일이다. 정말 꼼꼼하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이런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전술이, 전략이 필요할까? 답은 하나밖에 없다. SBS 드라마인 [추적자]의 명대사처럼, ‘국민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정공법은 어렵다. 그리고 사안의 세세한 부분을 일일이 설명하다가는 이 또한 [추적자]의 명대사처럼 ‘시간 날리고 조작 운운하다가 끝나’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좋은 예는 미디어 법 당시 야당이 취한 ‘단순한’ 정치적 공세다. 당시 야당은 미디어 법이 통과되던 당시 국민들에게 미디어 법이 나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 보다는 ‘조중동 방송법’이라는 하나의 쉬운 이미지로 각인시켰다. 비록 결과론적으로는 압도적인 여당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지만 단순하고 쉬운 사물의 이미지화는 국민들이 더욱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여론의 힘 만큼은 잃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종편이 개국한 현재에도 꺾이지 않고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방문진과 KBS 이사진의 내정설은 2012년 방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공정방송의 모든 염원을, 그리고 투쟁으로 조금이나마 얻어낸 약간의 성과를, 그야말로 단 한번에 날려버릴 메가톤급 태풍이다. 이에 반드시 국민의 힘을 얻어낼 수 있는 단순한 메시지로 시작해 ‘내정설’ 자체를 반드시 파급력 있는 ‘이야기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당연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국민과 함께 나란히 앉아 정말로 내정설대로 인사가 진행되는지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가 대선 정국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