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시간 자율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설] 지상파 방송시간 자율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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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규제정책이 지상파방송사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과거부터 정부의 정책은 방송에 대해서는 규제를, 통신에 대해서는 진흥을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해 왔고, 방통융합시대인 현 시점에서도 이런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지상파방송사들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관계당국에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것이 없다.

 방송협회는 지난 1월에도 ‘지상파방송 운용시간 자율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보낸바 있다. 방통위가 이 사안에 대해 보완자료를 요청하고 방송사 담당자들과 협의하고 있지만, 이견이 많아서 진척이 안 되고 있다고 한다. 방송협회가 요청하고 있는 방송시간 자율화는 지상파방송사의 오랜 숙원이다. 방송환경이 다매체로 변화하면서 지상파방송사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콘텐츠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방송협회는 방송시간 자율화를 내세우며 그 이유로 “자본력을 갖춘 통신사업자의 방송산업 진출, 신문과 방송의 겸영, 방송시장 개방을 타고 들어온 해외유수 글로벌 미디어 그룹, 인터넷포털의 약진, 제작요소를 선점하고 있는 거대 외주제작사의 성장, 종합편성PP 출범 및 미디어렙 제도 도입 등으로 인해서 미디어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환경 하에서 사업자 간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은 필수적”이라는 것을 들고 있다. 또 “지금까지 지상파방송의 방송시간 규제는 전력낭비의 최소화, 후발사업자의 경쟁력 향상,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 방지 등이었지만, 케이블방송은 이미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했고, IPTV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료 고품질의 지상파방송의 방송시간을 제한하고 유료매체의 방송시간만을 자율화하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의 방송광고와 콘텐츠 시장에서 독과점 체제가 거의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생존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서 지상파방송사의 경쟁력 하락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지상파방송사가 가지고 있던 콘텐츠 제작능력마저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비대칭 규제의 폐단이 이러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또 지상파방송사에만 적용되는 외주제작 비율 의무 적용도 외부 프로덕션의 규모화 및 경쟁력 확보라는 당초의 목표와는 달리 부실 덩어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철회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작년에 위법적으로 강행 처리된 개정 방송법에 따라 “여론다양성을 확보하고 콘텐츠의 양과 질적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운다”는 미명하에 CATV를 통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내 방송채널은 지상파 방송 5개 채널을 비롯해 CATV, 위성방송, IPTV를 통한 수백 개가 있다. 이 매체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지상파방송의 콘텐츠이다. CATV는 출범 초기와 달리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지만 자체 제작 콘텐츠는 별로 없다. 적은 비용을 투자해 수익만을 쫒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이 더해지면 광고 수익은 더 분산될 것이고, 지상파방송사와 타 매체의 수익성도 함께 떨어질 것이다. 국내 방송매체의 콘텐츠 허브 역할을 하던 지상파방송사 중심 체제가 허물어지고, 질 좋은 콘텐츠 생산 체제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더 이상의 한류는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비대칭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한다. 방송시간 자율화를 통한 자체 제작 시간 증가, 수익 확대 등으로 최소한의 경쟁력은 유지해야 한다. 지상파방송사의 경쟁력 하락은 다른 매체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피해가 미친다. 이제 지상파 방송시간 자율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번에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규제 개선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