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남용, 이젠 그만 하시죠 !

[사설] 권력 남용, 이젠 그만 하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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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각에서 곧 임기가 만료되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이사들의 후임이사를 단독으로 추천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방문진법 제정 당시 국회 상임위에서 합의한 내용은 10명의 이사 중에서 국회의장이 4명, 당시 방송위원회가 6명을 추천하되, 그 중에서 2명은 MBC가 추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29일자 한겨레 보도 요약)

법 제정 이후 방문진 이사 구성시 이 원칙에 따라 MBC는 2명의 인사를 추천했고, 이들은 방문진 이사역을 충실히 수행했다. MBC가 추천한 이사들은 방송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MBC의 사회적 역할과 발전을 위해 노력했었다. 10명의 방문진 이사는 대주주로서 MBC 사장을 임명하고 회사의 경영을 사실상 감독, 통제해 회사업무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문진 이사진 단독구성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를 통해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지금까지 MBC에 대한 정부의 증오심의 표출과 MBC를 장악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항이다. 지난번 PD수첩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와 제작진 5명 구속 후 바로 현 엄기영 MBC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총사퇴를 압박하는 것으로 MBC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관계법 개정도 결국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친 정권 체제로 정비하려는 것이고, 기존 법률의 제정 취지도 훼손하려는 것도 비판 세력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것이다. 현 정권은 방송을 정책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언론의 다양한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비판기능에 충실한 방송을 통제하기 위해 법도 개정하고, 법시행도 새롭게 할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잘된 정책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잘못된 정책에는 거침없는 비판이 필요하다. 거대한 국가 조직에서 다양한 욕구와 개개인들의 사정이 한 울타리 안에서 어우러져 하나의 큰 힘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소위 민주주의라는 어쩌면 가장 비합리적인 제도가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갈라놓고 있다. 양자택일 구도에서 다수의 선택이 최선이고 그 반대편은 최악으로 규정해버린다. 최선이 되기 위해 극한 투쟁과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선택받은 정권은 선명성을 위해 대결구도를 공고히 만들어 온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이다. 여기에 언론이 동원되고 있다. 비판하는 언론이 정권의 선명성을 손상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현 정권이다. 참을 수 없는 일이겠다. 그래서 방문진 이사 선임도 다수의 힘으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틀 안에서 다수의 힘을 가진 자에 의해 선임되는 이사들도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권력은 위탁이다. 즉 우리들이 그 집행에 책임이 있으며 모든 것은 국민으로부터 국민을 위해서 발생하고 또 모든 것은 그와 같이 존재한다”(벤자민 디즈레일리)라는 말이 있다. 권력은 잠시 지나쳐갈 뿐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국민을 위해 온전하게 사용하고 나면 돌려줄 책임이 있다. 국민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할 권력을 정정당당하게 사용해야한다. 언론을 이용해도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모두 속일 수는 없다. 또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것으로 모든 정당성을 가질 수 없고, 권력을 가진 자로서의 만용은 더더욱 용서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