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를 둘러싼 복마전

[분석] 700MHz 주파수를 둘러싼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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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700MHz 대역 주파수 중 일부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으로 활용키로 결정한 가운데 나머지 주파수 할당을 둘러싼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다.

얼마 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재난망 구축에 우선 배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구 방통위에서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한 40MHz 폭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용도를 공익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파수 자원이 한정된 만큼 공익적‧공공적 활용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업계 전문가들은 최 위원장의 발언을 반겼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 상‧하위를 이동통신에 할당한 정책은 온전히 ‘이동통신의, 이동통신을 위한, 이동통신에 의한’ 정책일 뿐이라며 원점 논의를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주파수 정책, 경제적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돼”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분위기가 묘해지고 있다. 주파수 정책을 공익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적‧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대표적인 사례가 8월 5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UHD 경제 효과 작다면서 … 방통위, 지상파 손들어줬다’ 기사다. 본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운영 중인 ‘700MHz 주파수 활용 방안 연구반’의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강조해온 UHD 방송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방통위가 지상파 특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한다.

<중앙일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간단하다. 700MHz 대역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할당하는 것보다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했을 때 경제 효과가 높으므로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를 논하는 이들이 간과한 점이 있다. 최근 각종 경기 예측 및 미래 수요 조사 결과에서 많은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은 정확할 수 없다. 불명확하고 불확정적인 예측에 근거해 주파수를 배정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방법인 것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최 위원장의 발언처럼 공익적 관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더 이익이 될까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펼쳐야 한다. UHD 방송은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인 반면에 이동통신사의 서비스는 이동통신사의 이익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방송의 경제적 효과가 더 커”

게다가 차세대 방송 서비스가 창조 경제의 핵심 사업 분야라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그 경제적 효과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는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전 산업‧한류 등과의 연관 관계를 생각한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에 할당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내부 보고서에서 영화‧음악 등 한류의 동력은 방송 말고도 다양하다고 지적했다”며 한류로 인한 수익 효과가 부풀려졌다고 보도했는데 사실 K-팝만 해도 춤과 노래가 적절히 어우러진 장르이기 때문에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구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한류로 인한 경제적 효과 역시 부풀려진 것이 아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한류의 경제 효과는 2011년 기준으로 5조6,000억이 넘는데 몇 년 이내에 한류로 인해 연 10조 원 이상이 창출될 것이란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이 어떻게 부풀려졌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방통위는 “방통위와 미래부가 참여하는 ‘700MHz 주파수 활용 방안 연구반’은 현재 중간 보고서에 대해 검토 중이고, 지상파 UHD 방송이 당장 시작된다고 해도 국민 편익은 크지 않다 등의 결론을 내린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공개된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주파수 정책에 경제적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정책에 한 발짝 다가 선 것 같았던 방통위가 일부 언론에 의해 또다시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