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표준안 부결, 냉정하게 판단해야

[분석] 지상파 UHD 표준안 부결, 냉정하게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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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이하 TTA)의 지상파 UHD 표준안 부결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하다. 지상파 방송사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지상파 UHD 표준안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비롯한 방송인총연합회도 성명서를 발표하며 TTA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TTA의 지상파 UHD 표준안 부결을 두고 지상파의 조직적인 반발이 거세자 일각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반발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세계 방송기술의 흐름이 UHD로 좁혀진다고 하지만 대부분 유료방송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지상파를 대상으로 하는 UHD 표준안은 없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UHD 자체가 단순한 신드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가 UHD 표준화를 추진한 배경에는 빠른 상용화를 위한 ‘과욕’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의견도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분위기다.

종합하자면, 지상파 UHD 표준안 부결이라는 결과를 두고 지상파와 반(反)지상파의 해석이 명확히 갈리는 셈이다.

지상파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가 무료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의 존속이라는 관점에서 자신들의 성장동력을 제고하는 셈이고, 반(反)지상파는 지상파 UHD 자체가 무리라는 관점을 견지하는 셈이다. 특히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있어 지상파가 해당 주파수를 점유한다면, 그 기회비용을 따지는 부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해당 주파수를 지상파 UHD에 활용하는 것이 ‘공익’이라는 관점과 세수확보에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이익’이라는 관점이 충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TTA의 지상파 UHD 표준안이 부결된 그 자체만 두고, 정무적인 판단을 제거한 체 사안을 냉정하게 살피면 ‘표준안 부결’이라는 의미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상파와 반(反)지상파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UHD와 주파수를 바라보는 관점이 판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두 가지 적폐는 분명히 해소해야할 대상이다.

   
 

첫 번째 적폐는 TTA의 ‘카르텔’이다. TTA는 의결권을 회비납부순으로 정하기 때문에 상당한 자금력을 가진 통신사들이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 그리고 통신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안에 있어서는 빠른 표준안 도출을, 불리한 현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라는 ‘액션’을 취해왔다.

실제로 지상파 UHD 표준안 뿐 아니라, 한 때 논란이 되었던 클리어쾀 TV도 TTA 표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클리어쾀 TV의 경우 현재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기에 전체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서 그 파급력은 제한적이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 만해도 디지털 전환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IPTV를 보유한 통신사들의 강력한 견제를 받았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TTA 표준안은 부결됐다. 이러한 TTA의 통신 중심적 이기주의는 지상파 UHD 표준안 부결이라는 사안과는 별개로,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심지어 TTA의 핵심 구성원들이 소위 ‘관피아’로 불리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두 번째 적폐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부적절한 개입 의혹이다. TTA는 민간협회로 미래부 산하에 편입되어 있다. 그런데 작년 12월 TTA의 지상파 UHD 표준안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운영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당시, 업계에는 미래부 모 국장 압력설이 파다했다. 실제로 당시 TTA 운영위원회 직전 미래부 모 국장이 직접 TTA의 핵심 인사에게 전화해 지상파 UHD 표준안을 하위개념인 기술 보고서로 하향 채택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7월 2일 TTA 총회에 참석한 복수의 참석자들도 일부 언론을 통해 미래부의 압력을 시사했으며,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와 결의문 채택을 통해 이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물론 미래부는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압력을 행사했다는 신빙성 있는 증거들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모든 분쟁의 핵심, 즉 ‘지상파 UHD가 반(反)지상파의 의견대로 시기상조일까’라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한민국은 UHD 선진국이며, 당연히 지상파 중심의 UHD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하다. 대한민국이 상위 1%이기에, 스스로 개척하고 발전시키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UHD 발전에 있어 세계의 사례를 들며 지상파 UHD의 가치를 평가절하 해버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TTA 총회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지상파 UHD 잠정 표준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마당에 어차피 화두는 전송방식 유무 및 정부표준의 제정 문제, 그리고 국가 재난망을 중심으로 하는 주파수 현안으로 번졌다. 지상파는 DVB-T2 방식을 ‘상용화의 시점’이라는 장점보다 ‘ATSC 3.0보다 오래된 기술’이라는 단점으로 재단하는 일각의 시각을 이겨내고 빠른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반기 TTA 총회에서 어떤 해답이 나올까. 지상파가 참여할까. 아니면 속절없이 무너질까. 그것도 아니면 국가표준으로 방향을 선회할까. 대한민국 무료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