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IPTV 블랙아웃의 단상

[분석] 모바일 IPTV 블랙아웃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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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둘러싸고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재송신료(CPS)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모바일 IPTV에서 월드컵을 볼 수 없는 블랙아웃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350만에 달하는 Btv 모바일(SK텔레콤), 올레TV모바일(KT), U+HDTV(LG유플러스) 모바일 IPTV 가입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N-스크린을 통해 월드컵 중계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난리가 났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모바일 IPTV 블랙아웃을 대서특필하며 출근길 N-스크린을 통한 월드컵 시청을 불가능하게 만든 지상파를 성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PS 계약에 있어 월드컵 중계권료 구입을 이유로 지상파가 추가 금액을 요구한 부분과 유료방송의 반발을 비중있게 다루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뉴스까지 나왔다.

물론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TV 블랙아웃은 지양되어야 한다. 다만 헌법적 가치로 존중되는 콘텐츠 활용과 자유로운 계약을 전제로 실시되는 CPS의 특성상 시청권을 둘러싼 블랙아웃 가능성은 다른 국민적 기본권보다 더욱 예민하고 특수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차치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언론이 앵무새처럼 모바일 IPTV 블랙아웃을 통해 지상파의 탐욕을 지적하며 ‘이동하며 시청하는 온전한 시청권’이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사례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들 수 있다. 모바일 IPTV 블랙아웃을 이유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시청자의 시청권이 ‘파괴’되었다고 강조하지만, 의외로 일반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네이버 및 다음을 위시한 포털 업체들이 웹과 모바일을 통해 브라질 월드컵 실시간 중계 및 하이라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굳이 유료방송 N-스크린을 통하지 않더라도 모바일 어플만 설치하면 다양한 시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포털 업체들은 ‘돈’을 내기 싫어하는 유료방송과는 다르게 월드컵 중계 한국 내 권리권자인 SBS의 자회사 SBS콘텐츠허브와 3개월 가량의 협상을 통해 구매 형태로 중계권을 사들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시간 및 하이라이트 영상 서비스의 경우 매회 100만에서 3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상파를 중심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있는 DMB도 정상적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유료방송의 ‘쌩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결국 이동 시청권 보장이 지상파의 탐욕에 의해 박탈당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결국 계약 합의를 거부하는 자신들의 실책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려줄 ‘유료방송 서비스’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을 걱정하는 셈이다. 시청권 운운하지만 모바일에서는 지상파와 포털 업체들이 정상적인 계약에 의거해 시청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반드시 우리를 통해 봐야지만 시청권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지상파는 보편적 미디어를 지향하며, 가능하면 많은 시청자에게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의명분을 악용해, 유료방송은 자신들의 이익과 시청권을 동일시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N-스크린은 물론, 정상적인 TV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료방송은, 놀랍게도 최근 CPS 공문 발송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정부도 유료방송이 원하는 ‘가격’으로 지상파 콘텐츠를 수급받는 것에 온전한 시청권 보장과 같은 공익이 있다고 믿는것 같다. 여기에 직접수신과 같은 100% 시청권 보장은 안중에도 없다. 만약 낮은 직접수신율을 이유로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면, ‘디지털 커버리지는 97%, 옷걸이 안테나로 TV 시청’을 말해주며 DTV KOREA 홈페이지를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다시 강조하지만 모바일 IPTV 블랙아웃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료방송이 자신들의 이익과 시청자의 권리를 동일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문 하나. 가뜩이나 IPTV 모기업인 통신사들은 모바일 트래픽을 이유로 국민의 재원인 700MHz 대역 주파수까지 달라고 아우성이다. 여기에 통신사들의 경매금액이 탐나는 정부는 무료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이고 뭐고 ‘혹해서 넘어가기’ 일보직전이다. 그런데 모바일 IPTV에서 브라질 월드컵을 시청하면 모바일 트래픽이 폭증한다. 도대체 뭘까. 모바일 트래픽이 심하다고 아우성대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하고 모바일 IPTV 사업을 확충하는 저의는 무엇일까? 혹시 주파수가 무제한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