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의 사유화, 주파수에 집중해야

[분석] 공공재의 사유화, 주파수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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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수 년을 끌어온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논쟁이 정말 막바지에 이르렀다. 물론 일각에서는 올해를 넘겨 내년까지 주파수 할당이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국가 재난망 논의가 돌발변수로 작용해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도 빠르게 정리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일단 주파수 공동 연구반이 7월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국가 재난망 논의가 비슷한 시기에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추후 주파수 할당 논의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상임위원이 사석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의 국가 재난망 구축을 전제로 해당 주파수의 ‘국가 재난망+통신’을 은연중에 지지하는 사이,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원점에서 검토해 방통위원장 고시가 아닌 700MHz 대역 주파수 상하위 40MHz 폭 통신 할당을 걷어내고, 해당 대역을 ‘국가 재난망+방송’으로 묶어 공공의 주파수 대역으로 설정하자는 ‘주파수 그린벨트’는 그 논의의 타당성을 신랄하게 부정당하는 중이다. 공공의 이익이 자연스럽게 소멸당하는 분위기인 셈이다.

과연, 그 적폐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가볍게 눈을 돌려 최근 브라질 월드컵에서 초라하게 귀국한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을 돌아보자.

주파수 할당과 마찬가지로 공익과 사익의 경계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2014년의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표팀은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는 점.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엔트으리’에 기반한 축구계 전반의 폐단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책임이 대표팀과, 홍명보 감독에게만 있을까? 아니다. 더 핵심적인 원인제공은 바로 대한축구협회다. 이들이 홍 감독을 사지로 몰아넣고, 대표팀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간단히 말해 원인은 대한축구협회다. 이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축구 국가 대표팀은 입국장에서 엿(사탕) 세례를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파고들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문제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관피아’에 이어 ‘축피아’로 표현되는 폐쇄성. 그리고 ‘협회의 사유화’다. 대한축구협회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인사를 무리하게 감독으로 기용하는, 너무나 마피아스러운 ‘축피아’의 행태를 보였으며, ‘현대’로 대표되는 특정 기업의 대한축구협회 사유화는 강력한 동력의 상실을 유발했다.

이는 현재 주파수 할당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주파수 할당을 추진하는 거대한 축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전적으로, 그리고 맹목적으로 통신의 입장만 강력하게 대변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서 시작된 일종의 끈끈한 그들만의 연결고리가 ‘관피아’의 행태로 부각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세계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설은 완벽한 허구며, 모바일 트래픽 해소라는 근본적인 이유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및 모바일 IPTV 확충으로 그 논리적 기반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미래부는 공식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여러 가지 경로로 해당 주파수의 통신 활용을 지지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료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을 간단하게 부전하는 셈이다. 물론 김재홍 방통위 ‘야당’ 상임위원의 생각처럼, 방통위 전반도 비슷한 ‘라인’으로 묶여있는 뉘앙스다.

가뜩이나 공공 인프라의 민영화, 사유화가 화두인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통신사에 사유화, 종속화 시킨다면 세수 확보라는 일차적 이득을 넘어서는 상당한 적폐가 사회 전반에 연쇄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현대가 대한축구협회라는, 아니 대한민국 축구라는 공공재를 사실상 집어삼킨 것처럼, 통신사가 현존하는 공공적 재원인 주파수를 대부분 흡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축구라는 공공재가 어떻게 망가지고 무너질 수 있는지 우리는 확인하지 않았나.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공리적으로 육성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결정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