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 EBS2에 주목하다

[기자수첩] ‘맹모삼천지교’ EBS2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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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맹자가 심심하면 곡() 소리를 흉내 내곤해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시장으로 이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사치들의 물건 파는 흉내를 내 마지막으로 서당 근처로 옮겼다는 이 이야기는 더 이상 고전에만 머무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부모들에게도 아이들의 교육을 어디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크나큰 문제다.

최근 EBS가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 EBS2를 내보내자 EBS2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EBS2를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EBS2라는 단어를 쳐보니 ‘10-2EBS2가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저희 집도 나오다가 갑자기 안 나오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의 질문이 줄을 잇는다. 물론 지금은 케이블방송사업자와 원만한 합의로 지상파 직접수신을 하지 않아도 EBS2를 볼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EBS2 시청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왜 이렇게 EBS2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까. 이러한 현상은 맹모삼천지교와 연결돼 있다. EBS2EBS 플러스1, 플러스2, 잉글리시 채널의 초중등 교육 콘텐츠, 영어 학습 콘텐츠 등으로 편성돼있다. EBS는 시범 서비스가 끝나는 대로 신규 제작 프로그램을 확대 편성해 본방송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그 역시 교육적인 콘텐츠가 대부분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날이 갈수록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는 유료방송을 시청하느니 직접수신으로 공익적이고 교육적인 콘텐츠만 선별해서 보자는 것이다.

시청자단체 공동토론회 자리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봇물을 이뤘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인터넷 카페에 ‘EBS2를 보고 싶다’, ‘공시청 설비가 훼손됐는데 직접수신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MMS 도입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러한 실태를 인지해서 지상파 MMS 도입 로드맵을 수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지상파 MMS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박모씨(43) 역시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유료방송 채널이 너무 많아 아이들이 TV 리모컨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EBS에서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니 EBS로 자기주도학습을 하도록 만들고, 직접수신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지상파 MMS는 정부가 디지털 전환 당시 시청자들에게 약속했던 부분이다. 무료 다채널 서비스를 도입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지금 지상파 MMSEBS에 한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상파 MMS 본방송 도입 전 정부는 정책 수립 시 고려해야 할 대상은 사업자가 아니라 시청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