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 본격 경쟁에 앞서 무료 방송 접근권 보장이 시급하다!

[기고]유료 방송 본격 경쟁에 앞서 무료 방송 접근권 보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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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방송 본격 경쟁에 앞서 무료 방송 접근권 보장이 시급하다!

 


강혜란(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유료방송 경쟁체계 본격화에 따른 보편적 서비스 안정화 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하반기 상용화될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서비스(IPTV)와 케이블TV의 본격 경쟁 체제가 현실화됨에 따라, 방송 영역에서도 무료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보장 및 정보격차 해소 방안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이 토론회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다. 지상파 난시청 해소를 위해 지역 독점적 지위가 부여되었던 케이블TV가 IPTV라는 신규 사업자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놓여 지면서 별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의무형 저가 티어를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무려 4년여의 공백이 남아 있다. 때문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많은 시청자가 고가의 유료방송서비스에 불필요하게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

"IPTV 상용화와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방송 수신료 시장을 ‘정상화’하고 정당한 콘텐츠 사용에 대한 대가를 자연스럽게 지불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융합정책관의 발언도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수신료 시장의 정상화는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그 과정에서 유료방송을 보지 않거나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권리가 배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6월 2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내용은 이러한 우려가 막연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당초 시행령에 명문화되었던 저소득층 지원 조항이 통째로 빠졌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기획재정부가 모법의 한계를 근거로 차상위 계층(212만명)에 대한 디지털 컨버터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에, 미온적인 성격의 기초생활수급자(81만) 지원만을 명시하는 방안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그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방송통신 융합’ ‘디지털 전환’ ‘유료방송 경쟁체계 본격화’ 등으로 표현되는 전환기 방송 서비스에 있어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는 말 그대로 ‘취약’ 그 자체다. 더구나 ‘저소득층’의 범위 밖에 존재하는 ‘노인’ ‘장애인’ ‘이주인’ 등 또 다른 의미의 취약계층들에 대한 고려는 아예 전무하다는 측면에서 이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조직해나가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크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단말기 확보의 문제다. DTV든 컨버터든 단말기가 확보되지 않으면 접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21세기에도 지상파방송의 접근권 자체를 논란하는 것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엄연한 현실은 2012년 이후 이러한 계층이 출현할 수 있는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이용료의 문제다. 무료 수신이 불가능한 경우 이를 대체할 유료방송수단에 대한 이용료를 대폭 감면해주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때 직접 수신 가능자의 선택적 유료방송 가입인지, 아니면 수신불가로 인해 불가피한 가입인지 여부를 판정하는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지금부터 2012년까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셋째, 활용 능력 보완의 문제다. 디지털 단말기 사용은 아날로그에 비해 매우 복잡한 명령체계를 가지고 있다. ‘노인’ ‘장애인’ ‘이주인’ 등 해독이나 소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계층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이 가가호호 현실화되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전사들의 적극적 참여를 조직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리모콘 개발 등이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의지와 재원 확보가 절실하다. 2012년까지 4년여에 걸친 방송 시장 재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기간 유료방송 경쟁을 촉진하기에 앞서 무료 방송 접근권과 정보격차 해소 방안이 분명하게 마련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