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사은품’ 논란

[강희종칼럼] IPTV ‘사은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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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종/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 기자

지난 8월 4일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이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작심한 듯 “IPTV를 도입하면서 통신사들은 콘텐츠 산업을 진흥하고 시청자들의 채널 접근권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IPTV를 사은품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을 입안하는 책임자중 한 사람이 IPTV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같은 날 저녁 양문석 의원은 그의 블로그를 통해 비슷한 말을 쏟아냈다. ‘IPTV를 사은품으로 사용하는 통신사들’이라는 글에서 “IPTV를 출범시키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한국사회는 지불해야 했다”며 “그런데 지금 한국의 IPTV는 출범한 지 3년도 채 못되어 ‘사은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IPTV ‘사은품’ 논란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배경은 7월 중순 SK텔레콤이 발표한 신규 가족 결합상품이다. SK텔레콤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동전화 가입 회선수에 따라 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가족형 결합상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5회선 이상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는 가족은 전화와 인터넷뿐 아니라 IPTV까지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이러한 계획은 경쟁 통신회사는 물론 방송사업자들까지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IPTV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대목 때문이었다. 통신상품을 사면 자전거와 현금을 경품으로 제공하듯이 이제 IPTV가 통신상품의 끼워팔기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도 “IPTV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KT의 IPTV(VOD)와 스카이라이프의 90여개 실시간 방송을 결합한 ‘쿡TV스카이라이프’도 논란이 된 바 있다. KT와 스카이라이프는 ‘쿡TV스카이라이프’를 최저 8000원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중 KT가 6000원, 스카이라이프가 2000원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90여개 채널을 2000원에 제공하는 셈으로 방송상품을 지나치게 할인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결국 약관을 고쳐 KT와 스카이라이프이 배분 비율을 조정하도록 했다.

KT,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의 방송상품 할인이 문제가 되자 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지난 7월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IPTV를 육성하기 위해 많은 혜택을 부여했는데 IPTV를 단순한 통신사 땅따먹기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업계가 국회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개최한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정 위원장 이외에도 이날 참석한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IPTV의 끼워팔기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PTV 사은품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새로운 방송통신서비스로 육성하겠다던 IPTV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통신상품의 끼워팔기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IPTV의 과도한 할인은 경쟁 방송상품에까지 영향을 줘서 유료방송 시장이 교란된다는 우려를 낳았다. 유료방송 시장이 저가 경쟁에 매몰될 경우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콘텐츠 사업자들의 수익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수신료 시장을 정상화시켜 콘텐츠 분야를 활성화한다는 정부 정책과도 역행하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IPTV 사업자들은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기존 케이블방송사업자와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기존 통신 사업자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진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통신사업자들도 가격 경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매출보다 콘텐츠 수급 비용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IPTV 사업자들은 막대한 콘텐츠 비용의 가장 큰 배경으로 지상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재송신대가를 꼽고 있다.

하지만 IPTV 사업자들이 당초 약속했던 투자를 과연 제대로 이행했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IPTV 사업자들은 IPTV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콘텐츠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와 콘텐츠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2008년 정부는 IPTV 부문에 2009~2013년까지 총 4조5000억 원을 투자, 총 8조 9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만6000여 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IPTV사업자들의 투자 계획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 IPTV 사업자들은 어떻게 하면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IPTV를 마케팅에 활용할지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어떻게 IPTV 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하고 발전시킬지 진지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